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씨티은행이 최근 해외파 MBA 전문직 인력을 채용하면서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정규직 공채나 고졸 채용은 외면하면서 고액연봉을 주고 이들을 뽑았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씨티은행에 따르면 이달 1일 해외 경영학석사(MBA) 출신 10명을 '전문직'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모두 계약직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번 채용에 대해 "특정 업무를 맡기기 위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채용한 것"이라며 "이러한 채용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지 여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씨티은행이 정작 필요한 인력 충원에는 침묵하면서 이들에게만 특혜를 주고 채용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올해 채용한 인력은 총 22명. 책임자 10명은 전원 미국 및 영국의 MBA 출신에 행원 12명 역시 대부분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모두 본점에서 근무한다.
반면 영업점 창구 텔러 중 30여명이 계약해지와 자연퇴직 등의 이유로 감원됐다. 영업점 인력은 감소하는데 본점 인력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올해 씨티은행은 정규직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6월초 직원들 앞에서 "올해 신입직원 채용이 어렵다"는 발언을 했으며, 인사본부는 지난달 하반기 인력운용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정규직 신입직원 채용은 가급적 자제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인력 채용이 어렵다고 해놓고 MBA 채용은 별개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는 이번에 채용된 MBA 출신들의 연봉이 1억원 이상이라며, 이들의 인건비로 부족한 인력을 뽑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은행 측은 앞서 이와 관련해, 전문직으로 채용해서 연봉을 올려줘야만 좋은 인재(상위권 MBA)를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다"면서 "돈이 없다면서 은행 전체를 공포 분위기로 끌고 가던 경영진들이 MBA 출신들만 대거 채용한 것은 자신들의 MBA 출신 후배들을 뽑아 지지기반을 이어가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창구 텔러의 경우 현재 적정인력 여부를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조사중이며, 조사 후 필요에 의해 충원될 것"이라며 "전문직 연봉에 대한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고용의 유연성 측면에서 이들을 계약직으로 영입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노조와 은행 측은 7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국 최종 결렬됐다.
진 위원장은 "노사합의서 상 정규직과 전문직 간 업무영역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채용하는 것은 명백한 노사합의 위반"이라며 "은행 측에서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노사합의 준수 ▲MBA 책임자 채용 최소화 ▲국내 고졸/대졸 신입행원 채용 ▲당장 부족한 영업점 창구텔러 충원 등을 요구하면서 23일 오후부터 은행 본사 앞에서 집행부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은행 측 답변이 없을 경우 노조는 국회 및 금감원 등으로 1인 시위 장소를 이동하고, 하 행장을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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