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이제는 '단골 레퍼토리'처럼 돼버린 '민생 최우선'을 또 다시 외치고 있지만,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이미 지난달 열렸던 임시국회도 민생법안은 손도 못 대고, 정두언·박주선 의원의 방탄국회로 시작해서 방탄국회로 끝난 터다.
우려대로 스타트가 깔끔하지는 않다. 정기국회 첫 날부터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에 대한 특검법 통과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문제는 불거진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기 위해 실시하는 특검이 본래의 목적과 달리 무책임한 정치공방의 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정부질문이나 국정감사 등의 일정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경제불황에 어려워진 민생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상대방 대선후보를 흠집내려는 네거티브 공세와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묻지마 식' 포퓰리즘 경쟁까지 더해지면 이번 국회 역시 성과 없이 그냥 흘러갈 공산이 크다.
정치권이 '민생'을 외칠수록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높아지는 작금의 상황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오로지 12월 대선 승리를 겨냥한 구호들만 넘쳐나는 탓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주춤하고,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젊은이들은 줄어든 일자리에 취업난을 겪고 있고, 기성세대는 높아지는 물가와 가계빚에 허덕이고 있다.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 탈환이든 어떤 것이든 좋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성폭행 범죄 예방대책과 일자리 창출방안 등 국회가 꼭 해야 할 본연의 임무는 잊지 말길 당부한다.
6400여건이나 되는 법안이 폐기된 18대 국회의 불명예를 19대 국회가 그대로 이어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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