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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를 꽂는 모습이나 스윙 폼이 101세 노인같지 않다. [사진=캐슬렉스GC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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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진 옹 일행의 스코어 카드. 맨 위가 이종진 옹의 란이다. [제공=캐슬렉스GC]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101세의 ‘노인 골퍼’가 한 라운드를 89타로 마쳤다.
골프용어로는 ‘에이지 슈트’(age shoot, 한 라운드를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나이보다 적은 스코어로 마치는 일)라고 하고, 문자를 쓰면 ‘노당익장’(老當益壯)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이종진翁(만 101세, 한국 나이로는 102세). 李옹은 지난 5일 캐슬렉스GC에서 89타(44·45)를 쳤다. 자신의 나이보다 12타 적은 스코어를 낸 것. 에이지 슈트도 보통 에이지 슈트가 아니다.
캐슬렉스골프클럽(대표 김성원)에 따르면 이날 라운드는 李옹의 101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李옹의 둘째 아들인 이연수씨(외환은행 부행장), 셋째 아들인 이한수씨(벤처기업 CEO)가 라운드를 주선했다. 李옹은 2남 이연수씨, 4남 이영수씨, 그리고 아들의 친구인 양승우 씨와 한 조로 라운드를 했다. 李옹은 오후 1시에 티오프했고, 그가 사용한 레귤러티 길이는 6008야드였다.
100세가 넘은 노인이 18홀 라운드를 한 것도 예사롭지 않지만, 李옹은 이날 18홀을 대부분 걸어서 돌았다고 한다. 아들이 “카트를 타시라”고 여러차례 권유했으나 李옹은 “걸어서 잔디를 밞으며 골프를 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해 주위사람들이 머쓱했다고 한다.
18홀 내내 李옹의 어드레스와 스윙 자세는 여느 ‘고수’ 못지 않았다. 똑바로 날아가는 아이언샷, 오랜 구력에서 나오는 어프로치샷, 그리고 퍼트는 101세 노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기량이었다고 한다. 스코어카드에 적힌 李옹의 스코어는 파 1개와 보기 17개. 첫 홀 란에 네 명의 스코어가 모두 ‘파’를 뜻하는 ‘0’으로 적힌 것으로 볼 때, 李옹은 매 홀 ‘보기 플레이’를 했다고 보면 될 듯.
더욱 李옹이 이날 사용한 골프클럽 중 아이언과 퍼터는 40년의 세월을 함께 해온 ‘동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진한 감동을 주었다. 李옹은 98세이던 2009년 5월27일에도 이 골프장에서 자녀들과 ‘백수’(白壽·99세) 기념라운드’를 하면서 96타를 친 적이 있다. 당시 기록은 기자의 비망록에도 적혀 있다.
李옹은 1911년 9월23일생이다. 한일병합조약(경술국치) 후 딱 1년1개월후 태어났다. 국내에서 100세 넘은 노인이 골프를 하는 것도 보기 드물지만, 李옹의 기록은 국내 ‘최고령 에이지 슈트’가 아닐까 한다. 李옹은 한국산업은행 감사, 삼환기업의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골프전문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세계에서 최고령 에이지 슈트 기록은 캐나다의 아서 톰슨이 갖고 있다. 톰슨翁은 103세이던 1972년 캐나다 빅토리아주 업랜즈GC(길이 6215야드)에서 103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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