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무형문화재 옹기장 방춘웅의 김장독이 학고재 갤러리에 전시됐다./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거대한 '옹기'가 갤러리에 들어앉았다. 시골 뒷마당에서 간장독이나 된장독으로 보던 '옹기'와는 웬지 달라 보인다.
평범하고 소박한 '옹기'를 고급스런 '작품'으로 변신시킨 전시는 아모레퍼시픽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가 기획한 올해로 6회째를 맞는 '2012 설화문화전'이다.
18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오랜 세월 우리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쓰이면서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옹기를 재조명한다. '흙, 숨쉬다. 옹기’를 주제로 펼친다.
전통 그대로 옹기를 제작하는 국내 대표 '옹기장' 5명의 '진짜 옹기'를 만나볼 수 있다. 또 옹기를 다양한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됐다.
서울 충남 제주등에서 작업하는 옹기장들의 작품을 통해 각 지역의 옹기의 쓰임과 특색을 살펴볼 수 있다. 옹기앞에서 서면 옹기의 특징을 볼수 있는 영상도 함께 전시했다. 옹기에 떨어지는 빗소리, 장작이 불에 타는 소리등 1300도 불의 미학과 장인의 손길에 탄생된 옹기의 질박한 아름다움을 느껴볼수 있다.
'날씬한 김장독'을 선보인 충남 무형문화재 옹기장 방춘웅씨는 "자식들 배 곯을까 걱정하시건 어머니는 아버지가 만든 항아리에서 흰쌀을 꺼내 밥을 지어주었던" 그 시절의 '어머니의 옹기'를 재현했다. 아버지한테 배운 그대로 '나무뗀 재'로 옹기를 만들고 있는 그의 옹기는 납성분 없는 '무공해 옹기'로 유명하다.
14살때부터 옹기를 만들고 있다는 울산시 무형문화재 옹기장 허진규씨는 물을 저장하는 큰 그릇인 '물두멍'을 선보였고, 제주 옹기장 김청길은 제주 전통옹기인 (물)허벅을 다양하게 내놓았다.
'푸레도기' 제작 전승 기능자인 서울시 무형문화재 옹기장 배연식씨는 백자 못지않은 조형미와 장식성을 갖춘 푸레도기를 소개한다.푸레도기는 '푸르스름한 도기'라눈 뜻으로 원래 궁궐에서 사용하던 발효저장 용기다.
단순한 조형미가 돋보이는 전통옹기와 달리 '옹기토'를 이용한 젊은 현대 도예가들의 작품은 세련되고 미래적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의 비선형적 축적./사진=박현주기 |
전시장입구에 선보인 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의 영상작업은 '반복적이고 정직한 작업'인 옹기를 빚는 과정을 재해석했다. 흙입자가 먼지처럼 공중에 흩뿌려지고 그 입자가 다시 모여 진짜 옹기와 같은 형태를 다시 만들어내기를 반복한다.
제사에 쓰이는 '제기'에서 영감받아 작업한 권진희의 작품은 구멍이 송송 뚫린 그릇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우주선을 연상케 한다. 또 건축적이기도 하다. 가구디자이너 황형신은 옹기토의 변화무쌍함을 건물처럼 보여주고, 산업디자이너팀 SWBK는 건축과 인테리어 공간에 활용할수 있는 옹기의 무궁무진한 진화를 제안한다. 숨쉬는 옹기의 특성에서 새로운 소재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이들은 옹기 조각을 기왓장처럼 겹겹이 이어붙인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제기에서 영감을 받아 옹기토로 제작한 젊은 도예가 권진희의 작품.사진=박현주기자 |
산업디자이너팀 SWBK는 작은 옹기조각을 이어붙인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사진=박현주기자 |
아모레퍼시픽 이수진 부장은 " 설화수는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나는 발산형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면과 외면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며 "설화문화전은 우리 선조들이 강조한 자연과 문화가 상생하는 아름다움과 우리 전통문화의 격조높은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매년 전통장인들을 소개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옹기는 문화재청이 꼽은 우리 민족 100대 상징가운데 하나다. 청자가 Celadon, 백자가 white porcelain으로 영문표기 되는 것과 달리 '옹기'는 발음 그대로 영문자도 'onggi'다. 진정 '우리 것'이라는 얘기다.
너무 흔해서 이제 더 이상 쓸모없는 것 같은, 또는 미처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을 못한 '숨쉬는 그릇' 옹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기회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무료관람.
서울문화재 옹기장 배연식의 푸레독 작품앞에서 서면 장작타는 소리를 눈으로 볼수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
◆2012 설화문화전 참여작가
전통공예 전승작가=정윤석 방춘웅 김청길 배연식 허진규
현대작가=양민하 SWBK(이석우 송봉규) 권진희 이기욱 황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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