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작년 5000억원 번 것도 모자랐나?..루이비통의 '깜깜이 가격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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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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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간 15% 기습 인상.."한국만 아니라 홍콩·호주도 올랐다"

<사진=조현욱 루이비통코리아 회장>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내법을 무시한 채 막가파식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코스트코에 이어 루이비통코리아가 '무개념 가격 인상'을 단행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코리아(대표 조현욱)는 23일 가방과 지갑 등 가죽 제품 가격을 3% 인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가격 인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에 평균 5~6%의 가격을 올렸고, 4개월 후인 6월에도 가격을 5% 가량 인상했다. 이번 인상 폭까지 감안하면 2년 동안 최대 15%나 가격을 올린 셈이다. 전형적인 가격 인상 '꼼수'다.

실제 이번 가격 인상으로 대표 제품인 스피디30은 101만5000원에서 103만원으로 상향 조정됐고 170만원이던 팔레르모 PM은 176만원, 네버풀MM은 107만5000원에서 110만원으로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가격 조정 정책에 따라 국내뿐 아니라 홍콩·호주 등 아태 지역의 판매 가격이 올랐다"며 "가죽 제품과 액세서리가 해당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루이비통코리아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으로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기존 가격의 태그를 바꾸는 작업과 고객들의 항의 전화로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관계자는 "가격 인상 전날까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당일 출근해서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앞서 있었던 두 차례 가격 인상 역시 이번처럼 기습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식 홈페이지도 아직 인상된 가격으로 수정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도 많다"고 전했다.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도 황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 루이비통 매장을 찾은 A씨(30대.여)는 "오늘은 꼭 구매해야지 하면서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 돌아선 게 며칠째"라며 "지난주 금요일에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가격 인상 소식을 전혀 듣질 못했다"고 말했다. 또 "앉은 자리에서 30만원이나 손해보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루이비통은 국내에 진출한 해외 명품 중에서도 유독 여성 팬층이 두텁다. 전세계 루이비통 지사 가운데 매출 4위를 기록할 정도다.

지난 10년간 루이비통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1조6000억원 규모다.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에는 500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와 달리 유독 국내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루이비통의 기부금은 2008년 300만원, 2009년 4200만원, 2010년 5800만원, 2011년 2억1100만원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낸 작년해의 경우, 2010년보다 약 4배 가량 늘어난 수치지만 수익과 비교했을 때는 턱없이 적다.

조현욱 루이비통코리아 회장은 그동안 정자나무 가꾸기 사업·SOS어린이마을 사업·장애아동 언어치료실 등을 지원했지만 업계는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가식적 지원'이란 뜻이다.

업계는 또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관세가 인하, 오히려 가격하락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다른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것과도 정반대다. 배짱 영업인 셈이다.

이와 관련, 패션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과 환율 변동 영향이 크지 않음에도 가격을 올리는 것은 명품 선호 현상이 강한 한국이 가격 저항을 덜 받기 때문"이라며 "유럽 재정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유럽의 부진한 실적을 아시아 지역에 떠넘기려는 파렴치한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루이비통은 3초마다 한 번씩 눈에 띄인다고 해서 3초백이라고 불릴만큼 '짝퉁' 판매 순위도 1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청이 올 상반기 위조상품 단속을 실시한 결과, 221개 브랜드 165만2000여개 제품 가운데 루이비통 위조품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강남지역 650여개 상가에서 '짝퉁 제품'을 집중 단속한 결과 역시 루이비통이 11건(17.7%)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기업이나 대형마트 등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지만 해외 명품업체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 기능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며 "이에 대해 국내 기업 일각에서는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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