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가 확산되면서 생존을 위한 재계의 몸부림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위기 극복을 위해 투자축소와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기업들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들까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계열사 합병 및 정리를 통해 몸집을 줄이는 한편 신규 투자를 최대한 늦추는 식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현재 80개인 계열사 수를 내년 초까지 4개 줄이기로 했다. 2004년 분사했던 삼성광통신은 삼성전자에 재합병되며, 삼성전자 계열사인 세메스는 자회사인 세크론과 제이에스를 합병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SB리모티브는 삼성SDI와 합쳐진다.
SK그룹은 합병 등의 작업을 통해 계열사 수를 96개에서 91개로 줄이기로 방침을 정하고 중복사업 조정과 비핵심사업 청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하이스텍·하이로지텍·하이닉스인재개발원은 하이스텍으로 합병됐으며, SK브로드밴드는 연말까지 고객관리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CS를 합병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초 78개였던 계열사를 75개로 줄였으며 내년 초까지 72개 수준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유통부문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지난 8월 롯데스퀘어를 합병한 데 이어 내년 1월 롯데미도파를 흡수할 계획이다. 호남석유화학은 다음달 케이피케미칼과 합병키로 했으며, 롯데삼강은 내년 1월 롯데햄 등을 추가 합병해 신선식품부문의 주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의 경우 포스코에너지가 포항연료전지발전과 신안에너지를 흡수 합병키로 하는 등 올해 초부터 구조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63개였던 계열사 수를 올해 들어 57개로 줄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와 건설, 제철 등을 그룹의 3개 성장축으로 구축한 만큼 경영내실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경제상황이 불확실해 신규 투자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도 재계가 몸사리기에 나선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불황도 불황이지만 대선 정국에서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대선이 끝나고 경제민주화의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몸을 낮추는 형국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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