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둘 모두 현실성과 실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두 후보 모두 세출 구조조정 추진 의지는 보였지만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에 실행해야 하는 시급한 일임에도 구체성에서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지적받아 온 우리 정부가 세출 구조조정을 선행하지 않는 등 재정 투명성과 효율성을 전면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국민 세금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19대 국회의원 세비를 올리는 등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은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0월 말 발표한 ‘2013년도 예산안 중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정부예산 중 예산이 과다하거나 사업계획 부실, 유사·중복 등 문제 있는 사업이 518개로 수십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산 낭비. 중복 사업만 38건으로 금액은 1조1131억원에 달한다.
보고서에서는 가스공사에 북미 셰일가스 개발 투자용으로 정부 예산이 2500억원, 석유공사에도 북미 셰일가스와 UAE 중동 유전 사업 등에 3500억원의 출자금 예산이 지원되는 등 같은 사업을 서로 다른 기관이 별도로 추진해 비효율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미 FTA 보완대책사업에 배정된 예산 2조5255억원도 사업의 과반수가 한·미 FTA 체결 전인 2007년 이전부터 시행하던 것으로, 지난 2009년 이후 신규사업 중에는 성과가 부실하거나 사업관리가 미흡해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내년 정부지원 예산안 4489억원 중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발행한 채권의 이자비용 보조금 3302억원도 과다한 것으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또 환경부의 기후변화 대응 사업의 일환인 ‘전기자동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 내년 예산 276억원을 책정한데 이어, 지경부도 거의 유사한 사업에 정부 출연금 28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고용부가 21억원 예산을 지원받은 ‘일-현장-자격 연계형 고졸인력 양성 사업’도 교과부의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 지원 사업과 겹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방만한 재정 지출은 멈출 줄을 모른다. 19대 국회부터 국회의원 1인당 세비를 1억3796만원으로 20% 인상했다. 이에 비난이 일자 뒤늦게 세비를 동결했지만 이미 오를데로 오른 세비의 삭감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65세부터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받고 국유 철도와 선박, 항공기를 공짜로 이용하는 것도 개선책 마련이 절실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처 간 사업영역 다툼이 중복 사업 편성의 주원인으로 통폐합을 지적하더라도 조직 이기주의에 막히는 경우가 많고 국회 상임위도 담당부처의 예산을 깎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아 개선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의무성, 경직성 예산이 많기 때문에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출구조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여기에 비과세 감면을 줄이는 등 부자증세로 세금을 더 걷더라도 사실은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세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결국 보편적 증세가 불가피한데 세출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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