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당국자는 12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 "단순하게 일회성 상황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개발을 위한 장기적 도발 수단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발사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사일 발사에 이은 북한의 핵실험 추가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이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것으로 본다"며 "물리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상태는 돼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은하-3호 발사로 북한은 장거리 로켓의 핵심기술인 단 분리 기술과 핵탄두 장거리 운반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1단과 2단 로켓 추진체는 로켓의 추진력과 비행거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단 분리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다. 3단 추진체가 분리되어야만 위성을 정지 궤도에 올릴 수 있다.
또 핵탄두 장거리 운반 능력을 3년여 만에 재입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한 길이 25m가량의 은하-3호의 사거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까지 도달할 수 있는 1만㎞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500㎏~1t 규모로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미국 서부 해안까지 핵무기를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의 미사일 탑재를 목표로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핵물질을 일시에 압축해 핵폭발을 유도하는 내폭형 기폭장치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100여 차례 이상의 고폭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 폭발력과 핵탄두의 소형ㆍ경량화 기술을 상당히 향상시켰을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선다면 이미 두 차례나 핵실험을 했던 플루토늄 방식보다는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한 배경에 대해 정부 당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17일)를 기념해 축포 성격과 함께 김일성 탄생 100주년, 강성대국 원년의 해를 선포하고도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급격하게 이완된 체제 내부를 단속하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대외적으로는 몸값 부풀리기 벼랑끝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경제난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를 협박·위협해 돈을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2기 행정부와 시진핑 중국 총서기 체제에서도 정치·외교적 영향력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향후 핵·미사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미사일 발사를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북한은 과거 두 차례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핵실험'이라는 카드를 사용했다.
북한은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대포동 2호)을 발사한지 석 달 만인 같은 해 10월 9일 처음으로 핵실험을 단행했고, 2009년에는 4월 장거리 로켓(광명성 2호)를 발사하고 한 달 만인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가 제재로 압박하면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핵실험에 앞서 영변에 새로 짓는 경수로의 공사 진척 상황을 공개하거나 우라늄 농축시설 추가 공개 등으로 맞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