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유로존의 장기침체에 따른 세계 경기의 불황 장기화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 패러다임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산업계 자체 노력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1등 기업도 언제 밑바닥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위기를 타개할 '새 먹거리' 찾기에 대한 노력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민주화와 함께 경제성장동력에 대한 지원 의지도 확고하게 밝힌 만큼 각 기업들은 기존의 수익성이 악화한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를 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분야에 대한 투자와 고용은 내년에도 줄이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체질·사람 바꾸고, 몸집 줄이고
삼성그룹은 올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비하기 위한 가시적 첫발을 내디뎠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동시에 임원들 역시 지난해 승진 임원의 평균 나이(49.4세)보다 젊은 48.3세로 낮추며 젊은 세대로 교체했다.
LG그룹도 기존에 그룹을 대표했던 강유식 LG 부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을 과감하게 일선에서 후퇴시키고 50대 초반의 조준호 LG 사장을 전면에 내세워 그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유로존의 위기로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중공업 분야에서는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제 살 깎아내기'가 더 확연하다.
세계 1위의 조선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실적부진을 반영해 이미 지난달 임원의 10%를 감축한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또 STX그룹은 국내 최대 벌크선 해운사인 STX팬오션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장기불황에 대비해 불필요한 사업부문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주력사업에 매진하는 동시에 유동성을 확보해 내겠다는 것이다.
◆"1등도 예외 없다…바꿔야 살아남는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분야에 대해서도 전망이 밝지 않을 경우 과감하게 축소하고 아직 수익성이 없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부문에는 투자가 이뤄지게 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PC 사업을 무선사업부로 편입시키고, 신수종 사업인 의료기기사업을 팀에서 부로 격상시키는 한편, 카메라 사업을 담당하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강화하는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실적 중심으로 부진한 부서는 과감하게 축소하고 새롭게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분야의 사업부는 투자를 확대해 산업의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그룹은 이번에 격상된 의료기기사업부를 비롯해 이건희 회장이 제시했던 기존의 5대 신수종 사업(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에도 꾸준히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린카'에 미래성장동력이 달려있다는 판단 아래 친환경차와 관련된 분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그룹 전체의 체질을 개선한 SK그룹의 경우, 올해 초 인수한 SK하이닉스를 바탕으로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한편 기존 에너지·화학 분야의 R&D 투자를 강화해 기술 중심의 경쟁력 강화를 이뤄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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