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는 유로존 위기 등 선진국 수요 침체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유가 급등락 위험이 겹쳐 악영향을 미쳤다. 안으로는 내수침체 속에 정부의 시장경쟁 유도 정책으로 수입석유 유입이 확대되는 등 가격경쟁이 심화됐다.
정유사는 2분기 유럽위기에 따른 국제유가 폭락으로 유류 재고평가손실이 크게 발생하면서 정유부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0여년 만에 처음 적자 전환한 것이었다.
내수 상황도 녹록치 않았다. 정부의 기름값 경쟁유도 정책으로 정유사가 집중 견제를 받았다.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경유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특히 7월부터 전자상거래용 수입석유에 대한 세제지원이 이뤄지면서 수입경유 시장은 한달 2000억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자상거래 이전 석유 수입은 극히 드물었던 것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에 정유사는 한때 손해를 무릅쓰고 수입석유와 가격경쟁을 하는 등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연중 내내 중국 경기 회복만을 기다렸지만 금리인하 등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별 효과가 없었다. 이러한 수요침체 속에 중동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가부담만 커져 실적부진이 이어졌다.
특히 북미를 중심으로 셰일가스 개발부흥이 일어난 것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에는 큰 위협으로 부각됐다. 석유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국내 업체와 달리 북미와 중동에서는 셰일가스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스로 화학제품을 만든다. 이러한 저가제품이 아시아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황 하락을 부추겼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원료값이 싼 해외에 공장을 짓고 차별화된 고부가 제품을 개발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이 각각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내수 불안은 수출로 풀었다. 정유사가 경쟁이 심해진 내수를 만회하기 위해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 그 결과 석유제품은 국내 수출 효자품목으로 급부상했다.
대표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등을 따돌리고 석유제품은 올들어 국내 수출품목 1위자리를 한번도 내주지 않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정유 4사는 모두 연말 ‘무역의 날’ 시상에서 상위 ‘수출탑’을 휩쓸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