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인 내 처가 아시안을 대표한다고 하면 이 모습이 바로 지금 미국의 인종 분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인이 다수를 형성하고 국가를 이끌어오다 지난 1960년대를 전후해 폭발한 흑인 인권운동 등으로 소수계의 입김이 강화됐다. 게다가 최근 수십 년간 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 수많은 이민자가 미국으로 건너왔고, 최근에는 히스패닉 인구가 폭증해 결국 미국의 흑인 인구를 따라잡고 백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종이 됐다. 이렇게 돼서 미국은 이제 소수계가 과반인 나라가 됐다. 그 어느 누구도 소수계를 무시하고는 비즈니스나 정치 등에서 크게 성공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그럼에도 백인이 주도권을 쥔 형세는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고, 이제 흑인으로서 첫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가 재선 첫 해를 맞았다. 오바마는 최근 NSA(국가안보국)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국방부의 AP통신 전화기록 압수 및 조사 등으로 큰 난관에 봉착했다. 여간해서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궁지에 몰렸지만, 한 가지 히든(hidden) 카드가 있다. 바로 이민 개혁안이다.
미국은 지금 이민 개혁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연방 상원에서는 이번주 불법체류자(보통 체류서류 미비자라고도 한다)에게 합법적 체류신분을 허락하는 이민개혁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여당인 민주당 주도이긴 하지만 이민 약 15명의 공화당 의원들도 합세해 100명 중 약 70표를 확보해 놓았다.
공화당이 과반인 하원에서는 다소 반대 기류가 흐르지만 몇몇 부분에서 의견차이가 있을 뿐이지 끝까지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불체자 합법화와 함께 국경 경비나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를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이민개혁안으로 불체자를 구제하더라도 앞으로 불체자가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조만간 빠르면 올해 안에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이민개혁안은 오바마 행정부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도 여겨진다.
1000만 명이 넘는 불법체류자가 합법 체류 신분을 얻기 위해서는 그동안 내지 않은 세금과 이민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상원 법안은 명시했다. 1인당 수만달러의 세금 등 비용을 낸다면 적어도 수천억달러의 연방정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어 그동안 정부지출과 세수 확보를 놓고 공화당과 씨름을 했던 오바마 행정부가 다소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미국 경제가 활력을 가질 중요한 기회가 된다. 1000만 명의 불체자가 합법적으로 일하면 더 많은 생산성을 창출하고 결국 지역 및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교, 교회, 식당, 공원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그동안 음지에서 숨었던 이민자들이 거리로 당당하게 나오게 된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주 밝혔듯이 올해 말부터 내년 중반까지 양적완화 정책은 중단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 경제가 꾸준히 회복과 성장세를 보였지만 아직도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이 때 이민개혁안이 바로 그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버냉키의 발언으로 전 세계 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이민 개혁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성장동력이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한번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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