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시중은행들이 이른바 '트리플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서서히 불붙기 시작한 관치금융 논란은 이제 최고조에 달한 듯하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국민은행 노동조합과 소통하면서 잠잠해질 것으로 보였던 관치 논란이 이건호 국민은행장 취임으로 다시 촉발된 것이다.
학자 출신으로 국민은행에 입행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이 행장이 정통 금융인들을 제치고 행장에 선임된 것은 분명 '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행장 취임식에서 노조원들이 계란을 투척하면서 반발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관치 논란의 중심에 있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대주주이므로 청와대 승인을 거쳐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 19일로 예정됐던 인사 발표는 정부가 늑장을 부리면서 연기됐고, 지금까지 상당수 계열사들이 CEO 공백 상태에 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중용하기 위한 시간끌기란 의혹이 일고 있다. 관치 논란을 의식한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에도 직면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4개 점포를 폐쇄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20개 점포를 통폐합 할 계획이고,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이미 14개 점포를 통폐합 했다. 하나은행도 하반기 20여개 점포를 정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슬림화'란 긍정적인 명목도 있지만, 직원들 입장에선 구조조정이 마음에 내킬리 없다. 특히 신임 행장이 지휘봉을 잡은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은행이 주목받고 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임 회장의 약속이 지켜질 지가 관심사다. 이 행장이 취임 이틀 만에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며 임원 수를 30%가량 줄이자, 은행 전반에 구조조정 먹구름이 휩싸이고 있다.
노사 간 임금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은행의 임원들은 스스로 임금을 삭감하기로 하면서 경영난 극복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평균 1억원에 달하는 은행원의 급여가 과하다면서 급여체계를 문제삼고 있는 상황.
임금 협상을 위해 23일 열릴 예정이었던 은행장 회의도 상당수 행장들이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이처럼 여러 상황들이 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금융노조는 수익성 악화는 경영상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악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관치 논란은 금융권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이슈인만큼 쉽게 가라 앉지 않을 것"이라며 "구조조정이나 임금 협상 문제도 근로자들의 '밥줄'이 달린 문제이므로 노조가 강하게 대응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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