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 1일∼2014년 9월 30일) 개시를 이틀 앞둔 상황에서도 미국 정치권은 2014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해 벼랑끝 대치만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2014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해 미국 정치권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건강보험 개혁안을 뜻하는 '오바마케어'를 놓고 여ㆍ야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국 연방하원은 이날 새벽 올 12월 15일까지는 연방정부가 현 수준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오바마케어 시행을 1년 유예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케어의 핵심 재원인 의료장비 부과세도 무효화됐다.
표결 직후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오하이오)은 성명에서 "하원이 행동했으니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이제는 상원이 즉시 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일을 끝내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통과시킨 예산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은 오바마케어 1년 유예안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며 "미국 국민은 티파티(보수성향의 유권자 단체)의 무정부주의자들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수정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연방상원은 30일 오후에 전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물리적으로도 1일까지 2014 회계연도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해 발효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ㆍ백악관 사이의 갈등은 이념 논쟁과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데이비드 스콧 하원의원(민주·조지아)은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증오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앞서고 있다"며 "이 나라를 사랑한다면 나라의 가동을 중단하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크리스 밴 홀런 하원의원(민주·메릴랜드)은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게 정부 문을 닫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말했다.
트렌트 프랭크스 하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나는 자유시장 경제를 믿는다"며 "오바마케어는 미국을 되돌릴 수 없는 사회주의 경제로 바꾸는 핵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30일 오후까지 일하지 않고 빈둥대겠다는 것은 민주당 상원 지도부의 기가 막힐 정도로 오만한 행동"이라며 "고의로 미국을 정부 셧다운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국가부채 법정한도 증액 문제까지 겹치면서 예산안 협상을 더옥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미국 국가부채는 16조6993억9600만 달러로 법정한도인 16조6994억2100만 달러에 육박한 상태다.
미국 의회가 이달 중순까지 국가부채 법정한도를 증액하지 못하면 미국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미국은 연방정부 셧다운과 채무불이행을 동시에 겪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연방정부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미국 정치권과 정부 모두 국민적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어 막판에 극적으로 타협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의회가 2014회계연도가 개시되는 1일 새벽에 한 달 정도의 단기 임시 예산안을 우선 통과시키고 이후 오바마케어 예산 등에 대해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지난 1976년 이후 모두 17차례나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었던 1995년 12월 16일부터 1996년 1월 6일까지 의료복지 등의 예산에 대한 정쟁으로 셧다운이 발생했다.
셧다운이 발생하면 연방정부의 공공서비스 제공이 중단돼 80만∼100만명의 공무원들이 일시해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군대·경찰·소방·전기·수도 등과 같이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업무는 지속된다.
이들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업무는 지속하지만 보수는 받지 못한다. 나중에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해 발효되면 소급해서 못 받은 보수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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