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새해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 지난 1월 발표된 작년 기업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미국 테이퍼링 이슈와 신흥국 위기론이 확대되며 주식시장은 연초 첫 거래일부터 크게 하락했다. 2월 들어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코스피는 이미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치 하단부를 밑돌고 있다. 투자가들의 연초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는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주식시장의 부진은 대외적인 악재 영향이 크다. 펀더멘털 회복 모멘텀과 매수주체, 그리고 주도주 부재의 '3무'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주식시장 부진이 약세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까. 아니면 또 다른 기회임을 알리는 신호일까.
연초 코스피가 국내 대부분 증권사들의 연간 전망치 하단인 1900선을 한때 하회하면서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낙관론은 찾기가 어려워졌다. 대외 악재로 인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등이 이유다.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하락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간 반기기준 코스피 평균이 1900선을 하회한 경우는 없다. 이는 최근 거시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 산업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의 견조한 실적 덕분이다. 물론 IT, 자동차 업종의 영업이익이 당초 전망 대비 하향되고는 있지만 개선 폭의 조정일 뿐, 완만한 순이익 증가와 이에 따른 저평가 인식은 여전하다. 이는 코스피 1900선 수준에서 전반적인 주식시장의 저평가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효한 지지대로 추정하고 있는 1900선 초반에서의 시장 참여는 오히려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구나 연초 하락요인으로 작용한 기업실적 부진은 소위 빅베스(Big Bath)로 잠재적인 부실과 추가적인 비용부분을 과거 실적에 상당부분 반영한 영향이 크다. 따라서 이미 한 차례 하향된 이익 목표치는 오히려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그만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분기 잠정실적이 이처럼 낮아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기업실적 발표가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수급의 키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수전환 시점을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미국 경기지표가 엇갈리고 신흥국 위기 및 환율 동향에 대한 판단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외국인 수급은 국내 기업들의 청산가치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서 매도세가 약해졌다. 또한 펀더멘털 개선 시에는 번번이 매수 전환이 이뤄졌다. 대외변수 안정 및 1분기 실적개선이 확인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인식에 따라 일반적인 시장 예상보다는 빠르게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은 거시경제 면에서 안정적이고,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와 차별화된 외환 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자금의 순유입 전환 시 가장 큰 수혜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연초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 낙관 뿐만 아니라 비관 역시 과했다. 연초 주식시장이 일반적인 전망치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대외요인이 안정되고, 1분기 기업실적이 이미 낮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의 단기하락 및 변동성 확대는 비관에 의한 매도보다는 오히려 신규진입을 고민할 재료로 보인다. 모두가 살 때 사고 모두가 팔 때 파는 마음이 편안한 투자보다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역발상' 관련 시장 격언을 되새길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