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北가족 체제 선전에 듣고 있자니 지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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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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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여 년만에 만난 가족… '체제 장벽'존재해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인 21일 오전 개별상봉을 하려고 외금강호텔에 도착한 북측 상봉단이 선물이 든 가방을 들고 줄을 서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1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 외금강호텔 남측 숙소에서 가족별 상봉이 이뤄졌다. 남측 가족들은 대부분 대형 여행가방 2개에 옷과 의약품, 초코파이, 생활용품 등을 가득 채워 북측 가족들에게 선물했다.

북쪽 가족들은 '대평곡주, 평양술, 백두산 들쭉술'이 담긴 3종 술세트와 식탁보를 선물로 가져왔다. 이들은 이 선물을 "수령님이 다 준비해줬다"라고 말했다.

김동빈(80) 할아버지는 누나 정희(81) 씨와 동생 정순(58·여), 동수(55)씨에게 “모두 건강해서 기쁘다. 항상 건강하고 통일이 되면 다시 보자”라고 말하며 오리털 점퍼와 부츠 등 선물을 안겼다.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도 아낌없이 풀어서 내줬다. 더 주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남쪽 가족들은 "달러를 좀 줬는데 제대로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거나 "선물을 주니 아무말 없이 눈물을 흘리더라"라고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상봉 후 외금강호텔 복도는 북쪽 가족들이 받은 선물 보따리로 가득 찼다. 이 선물들은 한꺼번에 평양으로 보낸 후 각 가족에게 전달된다.

60년이 넘는 분단의 세월은 혈육 사이에도 알 수 없는 장벽을 놓았다.

일부 남쪽 가족들은 북쪽 가족들이 "체제선전만 하니 듣고 있는데 좀 지치더라"라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남쪽 이산가족은 "하고 싶은 말이 수없이 많은데도 동생은 "수령님처럼 '정'이 많은 분이 어디 있느냐"라고 강조하면서 계속 체제 칭찬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준비한 선물을 건네자 동생이 안가져간다고 하더라. 우리도 다 있다며 일 없습니다라고 그러더라"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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