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날린 홍진호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폭풍 저그' '콩' '황신' 등 수많은 별명을 얻으며 블리자드사의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평정한 그가 방송에 팔을 걷어붙였다. 케이블 채널 tvN '더 지니어스'로 '반짝' 관심을 모으나 했더니 MBC '나 혼자 산다-더 무지개 라이브'로 지상파까지 입성했다.
최근 서울 충정로1가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홍진호는 그저 평범한 30대 남자였다. 방송인으로 변신한 화려한 모습 대신 티셔츠에 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의 홍진호를 들여다봤다.
'나 혼자 산다' 14일 방영분에서 홍진호는 자신의 집을 공개했다. 프로게이머 시절 10년 동안 숙소 생활을 하고 이제 막 '나홀로' 생활에 입문한 그의 집은 억대 연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담한 규모였다.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편하게 생활하는 익숙한 환경을 보여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너무 연출되지 않은 모습에 불쌍해 보일까 걱정은 했지만요(웃음)."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 직후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것은 기본, 시청자의 공감까지 샀다. "혼자 산 지는 2년째예요. 프로그램을 찍으며 혼자 사는 대학생이나 일반인들이 공감하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평범하게 자취하는 모습에서 많은 분의 감정이 이입된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 홍진호를 방송인 홍진호로 탈바꿈시킨 프로그램은 물론 '더 지니어스'였다. 시즌1에서 뛰어난 전술로 우승을 차지했고, 시즌2에서는 탈락의 고배는 맛봤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위협적 존재였다.
"사실 프로게이머 은퇴 직후에는 일부러 방송 출연을 피했다"는 그는 "10년 넘게 개인 시간 없이 달려왔기에 짧은 시간이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더 지니어스'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도 무미건조하게 흘려들었다는 홍진호, 방송 포맷을 듣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단다.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상금이 걸려 있고 서바이벌 분위기가 나는 게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임 방식이니까요".
얄미운 질문. 프로게이머에 이어 '더 지니어스'에서도 경쟁자로 등장한 임요환은 홍진호에게 어떤 사람일까?
"라이벌이었고 지금도 라이벌인 사람이죠. 앞으로도 라이벌이고 싶고요. 그만큼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자극을 주는 동료예요. 제 삶에 많은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서로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임요환은 저에게 적이지만 분명히 필요한 적이죠."
홍진호는 자신의 방송 롤모델로 노홍철과 신동엽을 꼽았다. 스스로 재미있어 하면서도 타인에게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모습이 이유다. 이제 막 방송인으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한 홍진호가 '만년 2등' 프로게이머 이미지에서 벗어나 '1등 방송인'이 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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