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플레이와 스트로크플레이는 다른 점이 여럿 있다. 상대가 짧은 퍼트 거리를 남겼을 때 ‘컨시드’(기브·OK)를 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 경우 컨시드는 다음 퍼트로 홀아웃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컨시드를 받은 상대는 홀아웃하지 않고 볼을 집어든다.
그런데 컨시드를 주는 ‘거리’가 가끔 논란거리로 등장한다. 평평한 라인이라면 3피트(약 90㎝)내에 들었을 경우 컨시드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그보다 더 먼 거리에서 컨시드가 나오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그보다 짧은 거리에서도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2014년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도 특이한 장면이 나왔다. 대회 3라운드(16강전) 때의 일이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7번홀(파4) 그린에서 리키 파울러(미국)에게 컨시드를 줬는데, 그 거리가 5m이상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컨시드였다. 가르시아는 “그 전 홀에서 내가 플레이를 지체해 파울러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앞서가던 가르시아는 결국 1홀차로 역전패했다. 에티켓을 지키고자 한 대가치고는 컸다. 탈락한 가르시아는 14만8000달러(약 1억6000만원)의 상금을 받았고, 파울러는 3위를 해 63만달러(약 6억7500만원)의 상금을 쥐었다.
그런가하면 제이슨 데이(호주)-빅토르 뒤비송(프랑스)의 결승전 21번째홀(연장 세 번째홀)에서는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데이의 파퍼트가 강해 홀에서 80㎝나 지나쳤다. 컴백퍼트는 약간 내리막이었다. 이미 ‘보기’를 확보한 뒤비송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짧은 거리이나 데이가 실패하면 뒤비송이 우승컵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데이가 쉽지않은 퍼트를 성공하면서 연장전을 늘려갔고 결국 우승했지만….
유명한 일화도 많다. 잭 니클로스(미국)는 1969년 라이더컵 마지막날 토니 재클린(잉글랜드)과 맞붙었다. 마지막 홀에서 재클린이 90㎝ 거리의 퍼트를 남기자 컨시드를 선언했다. 그는 “재클린이 놓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밝혔다. 두 팀은 대회 출범 후 처음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필 미켈슨(미국)은 1990년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 2라운드에서 제프 토머스(미국)와 맞붙었다. 한 홀에서 미켈슨은 1.2m, 토머스는 7.5m 거리의 퍼트를 남겼는데 미켈슨이 토머스에게 컨시드를 주었다. ‘나 자신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라는 것이 그 이유였으나 석연치 않은 행동으로 회자된다.
매치플레이나 스킨스게임에서 컨시드 거리는 프로들의 경우 90㎝, 아마추어들은 그립을 제외한 퍼터길이(50∼60㎝) 만큼이 적절할 성싶다. 그러나 급한 내리막이거나 승부가 걸린 홀, 또는 승부와 무관한 홀 등지에서는 그보다 더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투어프로들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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