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이 임박하면서 승소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분분하다. 건보공단과 시민단체 등은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담배협회와 흡연자단체 등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WPRO)가 이번 소송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건보공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 WHO 전폭 지지… 건보공단 힘 실려
신영수 WHO 서태평양지역본부(WPRO) 사무처장은 지난 19일 건보공단을 방문해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은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공공기관이 제기한 소송으로 또 하나의 귀감사례가 될 것”이며 “WHO의 국제변호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소송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전문가 간 연결을 통해 각 국 사례를 비교할 수 있게 하는 등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안선영 변호사 등 4명의 실무진이 WHO와 실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WPRO로 출국했다.
WHO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건보공단은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하기로 한 손해배상 소송 청구액 규모를 130억원의 4배 가까운 500억원대로 확대했다.
당초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011년 고등법원에서 흡연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폐암 중 소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상피세포암으로 손해배상 대상을 한정하려고 했지만 전문가 자문 결과 의학적으로 폐암 중 편평상피세포암도 소세포암만큼 흡연과의 인과성이 높아 소송 범위를 편평상피세포 폐암까지 확대키로 해 소송 청구액이 늘었다고 건보공단 측은 설명했다.
앞서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국내 법원에서 흡연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폐암(소세포암)·후두암(편평세포암) 환자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인정할 수 있는 범위의 진료비 손해를 산출해 소송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는 현재 담배소송 청구 예상 금액은 흡연력 확인방법에 따라 변동사항이 있으나 최소 130억에서 최대 3326억원까지 예상했다.
◆ 국민건강증진기금 납부… 건보공단 "소비자 부담한 것"
담배는 1590년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그 이후 1602년께 광해군 초에 재배하기 시작해 1905년 국내 최초의 궐련 담배인 ‘이글’ 이 생산됐다. 일제시대에는 아사히, 사쿠라 등 30여종이 발매되기도 했고 담배인삼공사(KT &G)는 해방이후 현재까지 100여 종이 넘는 담배를 생산했다.
KT&G‧BAT‧JTI‧한국필립모리스 등 국내외 4개 담배회사가 소속된 한국담배협회는 이번 건보공단의 소송 결정에 예민한 반응이다.
김병철 한국담배협회장은 “흡연이 폐암 발생의 원인이라고 소송을 한다면 간암에 대해서는 주류회사에, 호흡기 질환은 자동차 회사, 비만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질병은 패스트푸드 산업에 대해 소송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담배회사가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매년 1조5000억원을 내고 있다고도 했다.
담배회사들이 담배부담금으로 이미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건강증진 기금은 소비자가 담배를 살 때 한 값당 354원이 붙으며 회사는 이것을 대신 납부한 것으로 전액 소비자들이 부담한 것이지 담배회사에서 부담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금연통힌 질병방생 억제... 정당성 높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흡연을 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남자 흡연자는 후두암 6.5배, 폐암 4.6배, 식도암 3.6배, 여자 흡연자는 후두암 5.5배, 췌장암 3.6배, 결장암 2.9배가 증가한다.
흡연으로 인해 매년 1조7000억원의 진료비가 추가 부담되고 있으며 이는 건강보험 진료비 46조원(2011년 기준)의 3.7%에 해당되고, 전 국민의 한 달 보험료에 해당한다.
금연을 실시해 이러한 질병발생을 억제해 진료비를 절감 한다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은 줄어든다는 얘기다.
건보공단 측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행복을 위해 하는 것으로서 정당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담배 소송 목적중의 하나가 소송을 통해 흡연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금연유도를 통해 국민건강을 지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연으로 인해 절약되는 진료비를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쓴다면 국민 건강과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책임문제에 더욱 힘쓸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정부 3.0’, 그리고 ‘복지재정의 누수방지’ 정책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한편 주요 선진국들은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담배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한편 주요 선진국들은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담배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저렴하고, 주요국이 담뱃갑에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을 담은 반면 우리나라 담배는 화려한 디자인과 색깔로 구성됐다. 정부도 ‘담배는 기호식품’이라고 언급하는 등 금연정책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번 담배소송을 통해서 누구든지 담배가 기호품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더 이상 못하도록 열심히 소송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평생건강을 책임지는 건강보장기관으로 흡연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며 “금연상담전화(1577-1000, 02-390-2090)를 운영해 흡연폐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의 금연성공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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