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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어린이를 돕는 꽃 사진전을 개최하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오른쪽 위는 '돌단풍', 아래는 '아까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2주간에 걸쳐 사진전을 연다.
은행연합회장이라는 직함과 사진전이라니, 어쩐지 어색한 조합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금융 전문가인 그가 사진 작가로 나선 것은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풍진 백신을 보내기 위해서다.
"제가 사진전을 열 정도의 내공이 없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다만 판매 수익금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하는데 전액 기부금으로 쓰여질 예정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해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왔다. 특히 2009~2010년 스탠퍼드 대학에 머물 당시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한국에서 보기 드문 꽃들을 촬영했다. 귀국 후 이 사진들을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아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첫 번째 사진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을지대 부총장이던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단법인 봄, 독일 카리타스 재단과 함께 북한 어린이들에게 B형 간염 백신을 보내기 위한 비용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박 회장에게 전시회를 제안한 것이다.
박 회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시절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장으로서 북한을 많이 다녀봐서 영양결핍 상태에 있는 북한 어린이들이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알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지난해 일본 뇌염 예방접종 사업을 할 때도 은행연합회 예산으로 지원을 했다"며 "올해와 내년에 할 풍진 예방접종은 백신 가격이 훨씬 비싸 다시 한 번 만용을 부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통일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단계로서도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원하는 사업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이미 금융권에서 문화ㆍ예술산업 육성에 앞장서는 인사로 유명하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문화예술 접목을 통한 경제 전반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문화 예술 진흥도 수요 진작이 길"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지난 2005년 재경부 차관보 시절 국립현대미술관의 아트뱅크를 만들어 미술작품 구입과 대여, 전시 등을 하게 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12년 말 문화부로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으로 임명된 그는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여전히 활동중이다.
지난해에는 3000여 점의 미술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한국 국제아트페어(KIAF)'의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정ㆍ재계 유명 인사들 100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문화예술 보급활동으로 미술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사진에는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과 태백시 대덕산 금대봉에서부터 제주도 한라산까지 전국의 산과 들을 다니며 찍은 야생화가 담겨있다. 용인시 백암면에 위치한 한택식물원에서 촬영한 꽃들도 있다.
약 5000장의 사진 중 59점을 추려 전시회장에 걸 예정이다. 디지털 액자를 통해 나머지 사진들을 볼 수 있게 하는 한편 사진을 모두 담은 USB도 판매한다.
박 회장은 "저는 사진작가가 아니어서 저작권을 주장할 의사는 없으니 복사를 마음대로 하셔도 좋다"면서도 "복사를 많이 하실 분은 기부도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시회는 12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 나우(종로구 인사동길 39번지 성지빌딩 3층)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마지막 날은 12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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