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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최근 한 기자가 BMW520d를 뽑았다. 6000만원 정도인 고가의 수입차다. 주식투자에서 대박이 났거나 고액의 상속을 받은 것도 아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보유 비용을 따져보면 실제론 그리 비싸지 않은 차”란다.
관건은 연비였다. BMW520d는 디젤차로 공인연비가 리터당 16.9km다. 출퇴근에 주로 사용하는 데 실제 16km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2만km를 달린다고 가정하면 1년 연료값은 210만원 정도다. 비슷한 가격대인 휘발유 엔진의 국산 중형차와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면 연간 250만원 이상, 5년을 탈 경우 1000만원 넘게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높은 중고차 가격을 생각하면 선택은 더욱 쉬워진다.
머지 않아 주택업계도 '연비' 경쟁을 치를 것 같다. 집값이 안정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유지비 개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녹물이 나오고 단열이 제대로 안되도 수십년된 낡은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많게는 수억원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매달 고지서에 찍혀 나오는 냉ㆍ난방비와 전기세가 신경쓸일 수 밖에 없다. 월세 비중이 높아져 월단위 주거 비용에 대한 민감도도 더욱 커지고 있다. 입지와 함께 주택 성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배경이다.
대형건설업체들은 앞다퉈 ‘제로(O) 하우스’나 ‘패시브 하우스’ ’에코 하우스’ ‘그린 하우스’등의 이름을 내걸고 에너지 절감형 주택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은 컨셉트 하우스 수준이지만 주택 건설의 미래는 한걸음 한걸음 제로 하우스로 수렴해가고 있다.
양산 가능한 기술 개발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냉ㆍ난방 비용을 35~50% 줄일 수 있는 공조기술을 선보였다. 냉ㆍ난방비가 건물 전체의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정도로 에너지 총 소비량을 25%까지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내년부터 모든 건축 현장에 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3월 발주분부터 거실 조명 등에 LED 조명기구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 형광등에 비해 최대 50% 전기세를 줄일 수 있고 수명도 3배 이상 길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이를 통한 연간 전기세 절감 효과는 가구당 1만9000원 정도다. 미미한 액수지만 등 하나 바꿔서 1년에 2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 주택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상당히 큰 셈이다. LH는 2020년까지 LED 조명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의 정책은 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2017년부터는 건축물의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1990년 대비 90%까지 낮출 수 있도록 강화된 주택설계가 적용된다. 서울시는 시청앞 광장 한켠에 에코 하우스 견본주택을 지어놓고 행인들이 에너지 절감 효과를 체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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