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의 쇠락을 대변하는 일대 사건은 엘피다의 파산이다. 지난해 7월 마이크론에 인수된 일본 엘피다는 올해 2월 28일 ‘마이크론메모리재팬’으로 사명을 바꿔 시장에서 완전 이탈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D램 반도체의 자존심 엘피다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지난 2012년 2월 27일 엘피다는 끝내 도산하고 만다.
당시 엘피다의 유키오 사카모토 사장은 파산 배경으로 D램 가격 하락, 엔고 현상,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등을 언급했다.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침체된 반도체시장에서 일본의 반도체 출하액은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반복해왔다. 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호조로 수요가 개선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흐름과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었다.
엘피다 외에도 도시바와 소니 2개사를 제외한 기타 일본 업체는 스마트폰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히타치 제작소, 미쓰비시 전기, NEC의 반도체 부문을 통합한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2010년 4월 출범 이후 순손익 적자가 이어져 산업혁신기구의 산하로 편입됐다. 후지쓰와 파나소닉이 반도체 사업을 통합한 것도 실적 부진이 주된 요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가전 및 전자제품 분야의 시스템 LSI가 주력인데 스마트용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이 고전한 원인이다. 기존 TV 등 판매 부진과 이로 인해 탑재할 반도체 수요가 미미한 가운데 스마트폰 전용 시스템 LSI는 미국 퀄컴이 독자 개발한 초고성능 기종이 시장을 석권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업체는 전자기기 상품 동향의 빠른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고 전통적인 제조업체와 협력 관계에 중점을 두어 왔다”며 “그 결과 스마트폰 전용제품 개발에 뒤처지면서 세계 휴대전화 업체에 납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신기술 개발 속도와 교체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짧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신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속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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