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생명보험업계 2위 경쟁사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일부 지역에서 보험설계사의 수적 우세를 앞세워 1위 삼성생명의 아성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채널을 중심으로 한 대형사의 영업조직 특성상 설계사 수는 지역별 시장점유율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16개 시도에서 영업 중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의 설계사는 남성 1만1396명, 여성 6만3809명 등 총 7만5205명이었다.
이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 IBK연금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제외한 국내 22개 생보사의 설계사 13만9138명 중 54%를 차지하는 규모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의 설계사가 3만100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화생명(2만3582명), 교보생명(2만620명)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도 삼성생명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포함한 11개 지역에 다수 설계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전체 설계사 수에서 밀리는 한화생명(강원·전남·경남)과 교보생명(경북·제주)도 각각 3개, 2개 지역에서는 수적 우세를 보였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설계사가 모여 있는 서울의 경우 삼성생명(1만2816명), 한화생명(1만151명), 교보생명(7323명) 순이었다. 반면 전남은 한화생명(784명), 삼성생명(563명), 교보생명(386명), 경북은 교보생명(1024명), 삼성생명(754명), 한화생명(655명) 순이었다.
대형 생보사들은 설계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지역별 설계사 수와 시장점유율이 사실상 비례한다는 것이 생보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쉽게 말해 서울은 삼성생명의 콧대가 높지만 전남에서는 한화생명, 경북에서는 교보생명이 더 잘 나간다는 얘기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들은 전체 매출 중 설계사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의 비중이 매우 높다”며 “특정 지역 설계사 수가 많은 보험사는 해당 지역 시장점유율이 그만큼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역 고유의 특성이나 영업 속성에 따라 설계사 수가 시장점유율과 직결되지 않는 예외 지역도 있다.
한화생명이 설계사의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울산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까지 통산 6회, 연속 4회 한화생명 보험여왕 타이틀을 차지한 정미경 재무설계사(FP·명예전무)가 소속된 지점 역시 울산지역단 다운지점이다. 한화생명의 울산지역 설계사는 499명으로 삼성생명 526명에 비해 30여명 가까이 적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울산은 현대가의 고향과 같은 지역으로 반삼성 정서가 강해 삼성생명이 약세를 보이는 반면 과거 현대생명의 계약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한 한화생명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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