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경제학 … "더워야 잘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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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3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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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효곤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전운·김현철 기자 = 유례없는 폭염이다. 4월부터 이상 고온현상을 보이며 여름상품이 일찍 등장하더니, 한달이나 늦게 찾아온 장마는 제대로 비구경도 못하는 ‘마른장마’로 이어지면서 전국이 찜통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은 소비행태의 변화로 직결되고 있다. 무더위로 인해 유통업계에 ‘폭염의 경제학’이 새롭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무더위로 인해 소비자들의 이동이 잦아들면서 대형마트 등에서는 올빼미 쇼핑족들이 크게 늘고 있다.

또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고객들로 홈쇼핑‧인터넷쇼핑몰의 매출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으며,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얼음‧생수‧아이스크림 등은 찜통더위로 인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간다. 일부 매장에선 없어서 못팔 정도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7~8월 시간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오후 8시 이후 매출 비중은 25.8%로 겨울인 11~12월 22.6% 보다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빼미 쇼핑족의 증가로 치솟는 심야 판매량은 매출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피크 타임과도 비슷한 수치다. 7월 피크타임인 오후 4~6시 매출 비중은 29.1%로 집계돼, 8시 이후 시간대가 대형마트에게는 ‘제2의 피크타임’이 되고 있다.

야간 쇼핑이 늘면서 야식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7월 한달간(1~29일) 롯데마트의 치킨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9%, 족발은 36.1%, 순대는 45.3% 각각 증가했다.

날씨가 더워지면 잘 팔리는 음료 매출도 올랐다. 생수 10.7%, 탄산음료 8.6%, 아이스크림 2.5%씩이 각각 늘었다.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면서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 등은 야간 편성 비중을 확대했다. 찜통 더위가 찾아오는 낮 시간대에는 소비자들이 야외활동을 자제하면서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의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GS숍에서는 서울 지역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갔던 지난 7월 25일 TV홈쇼핑의 주문 금액은 전주 금요일 대비 11% 증가했다.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30일에는 ‘헬스원 마테 다이어트’가 1시간 동안 1700 세트가 판매돼 3억4000만원의 주문을 올렸다. 평소 동일 시간 주문 대비 10% 늘어난 실적이다.

편의점 역시 폭염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졌으나 올해는 찜통 더위가 계속되면서 여름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편의점 CU(씨유)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생수는 전년 동기대비 29.1%, 탄산음료 22.4%, 아이스크림 19.3%, 스포츠이온음료 13.7% 각각 상승했다.

주류 역시 맥주와 소주가 각각 11.8%, 14.1% 상승했고, 마른안주류도 덩달아 12.2% 올랐다.

짧아진 장마에 캠핑족 등 나들이객들이 많이 늘어나며 주먹밥 역시 20%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즉석밥(햇반 등)과 라면, 여행용(세면) 세트 등도 매출이 10% 이상 상승했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는 소비자들로 인해 커피전문점은 연일 북새통이다.

카페베네는 7월 매출이 평월에 비해 40% 가량 증가했다. 무더위로 인해 빙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최고 성수기를 맞고 있다.

특히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국 20여개의 매장을 24시간 운영하는 등 더위를 피하는 올빼미족을 잡는데 성공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폭염은 외출 인구를 줄이기 때문에 TV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올빼미족 증가 등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업체가 여름 비수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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