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지상파 3사가 일요일 예능프로그램 편성을 두고 끝이 보이지 않는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오후 4시30분 전후로 시작하던 일요 예능은 어느새 4시 편성도 자연스러워졌다.
지난 3일 SBS '일요일이 좋다'는 오후 4시2분 방송을 시작했다. '눈치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지만 시청률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KBS '해피선데이'가 13.5%(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MBC '일밤'이 12.7%를 기록하는 동안 '일요일이 좋다'는 한참 낮은 7.2%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을 일찍 시작하려다 보니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코너를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엮어 편성하는 촌극도 발생했다. '일요일이 좋다'엔 실내 예능 '룸메이트'와 실외 추격전 '런닝맨'이, '해피선데이'에는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야외 버라이어티 '1박2일'이, '일밤'에는 육아 예능 '아빠 어디가'와 군대 체험 예능 '진짜 사나이'가 동거 중이다.
'일요 예능 늘리기'의 1차적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간다. 방송 시작 시간은 자꾸만 당겨지는데 끝나는 시간은 그대로, 늘어난 러닝 타임만큼 제작비와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구성이 헐겁다. 2시간 짜리로 찍어 4시간으로 늘린 프로그램이 시청자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촬영 분량과 제작비는 정해져 있는데 편성 시간만 늘어나니 편집의 부담감만 늘었다"는 볼멘소리가 제작진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그동안 MBC와 SBS는 "KBS의 변칙 편성이 문제"라는 핑계 뒤에 숨어 왔다. 이제 3사 모두 변칙 편성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제작진부터 시청자까지, 만들기도 보기도 힘든 변칙 편성은 승자 없이 패자만 남는 '치킨 게임'일 뿐이다.
시청률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하자. 좋은 콘텐츠로 승부하기보다 그저 먼저 방송을 시작하는 편법으로 시청률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확인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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