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이 삶의 질 저하와 평균 수명 단축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하면서 ‘흡연’과 함께 척결해야 할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지난 12년간 1억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초고도비만 환자가 지난 10년간 2.9배, 20~30대에서 4배 이상 늘었다.
2002~2013년 일반건강검진 1억902만8689건을 대상으로 했으며, 지난해 초고도비만 0.5%, 고도비만 4.7%에 달했다.
과제중이나 경도비만이라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고 건강을 개선할 수도 있지만, 고도비만은 운동 자체도 어렵고 스스로 식습관을 조절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고도비만 환자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대사성질환의 발생 위험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등 부작용까지 동반한다.
때문에 200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이는 비만이 단순한 생활습관 변화로 개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지방세포 과다 분화... 심혈관 질환·당뇨 등 성인병 유발
비만은 지방세포의 과다한 분화와 에너지의 과잉공급에 의해 유발되며 고혈압‧동맥경화‧심혈관 질환 및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으로 발전될 수 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절뚝이는 걸음걸이도 화제가 됐다. 전문의들은 고도 비만과 흡연으로 인해 관절 건강에 이상이 온 것으로 추측했다.
소아비만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2년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는 2008년 11.2%에 그치던 소아비만율이 2012년 14.7%로 증가하며 매년 그 비율이 늘고 있는 등 소아비만은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일과의 연관성도 높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장태원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 2007-2010년 자료를 통해 근로시간과 비만의 상관관계 조사 분석한 결과 1주 60시간 이상 남성 근무자의 경우 40~48시간 대비 비만 위험 1.647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 비만과의 전쟁... 정부가 나서야
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하고, 지난 5월 WHO 총회연설에서 올리비에 드 셔터 유엔 특별보고관이 흡연 못지않게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 문제에 대해 각국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하기도 했다.
비만으로 인한 폐해를 앞서 경험한 주요국들에서는 이미 범정부차원에서 다각적인 비만관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미셸 오바마의 소아비만과의 전쟁선포 이후 ‘레츠 무브’라는 캠페인을 시작으로 학교 내 정크푸드 광고를 금지한다.
프랑스에서는 TV 등의 식품과 음료 광고에 건강 경고문구를 삽입하고, 이를 어길 경우 광고주들에게 연간 광고예산의 1.5%의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 건강식단을 홍보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미국‧프랑스‧영국‧헝가리 등의 국가에서는 탄산음료나 고칼로리 가공식품 등에 대해 비만세를 부과함으로써 건강유해식품에 의한 비만위험 감소에 노력하고 있다.
건보공단 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2001∼2002년 일반건강검진 수검자 중 과거력이 없는 770만명을 10년간 추적관찰해 비만의 질병발생위험도 분석한 결과, 비만에 의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2007년 1조 5060억원에서 2011년 2조 1284억원으로 41.3% 급증했다.
건보공단은 비만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가 한해 2조 1284억원(2011년 기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해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만관리대책위원회 운영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우정택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학을 비롯해 영양학, 운동학 등 다각적인 관점에서의 분석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내 실정에 맞고 과학적 근거에 토대한 비만진료의 정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