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7일 어느 시험보다 정확성과 신뢰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수능 문제가 또다시 오류라는 판결을 받고 수험생들의 피해와 대학입시의 혼란이 야기된 현실이 우려스럽다며 반복되는 수능출제 오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능을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수준 평가로 전환하는 등 대입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대입제도의 안정성과 신뢰성 보장과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대입제도의 핵심인 수능을 대학 이전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들에게 기대되는 학업성취, 즉 학습의 위계에서 기초적인 수준에 해당되는 절대평가 성격의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해 예측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교총은 이번 수능문제 출제 오류를 계기로 수능난이도 조정을 통한 대증적 처방보다는 예측과 준비가 가능하도록 수능, 내신, 논술, 면접, 입학사정관제도의 유기적이고 상호보완을 통한 근본적인 대입제도의 개혁을 촉구했다.
내신은 범교과적 창의력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격상하고 단순한 사실적 지식이 아닌, 비판적, 해석적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반영해 학교와 교사에게 평가의 자율권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학생이 이수한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의 전공별 입학전형을 연계하여 능력과 적성, 소질에 따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생 희망 전공 관련 진로맞춤형 내신 반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논술은 공교육 체제에서 대비 가능한 수준으로 고난이도의 논술을 지양하되 궁극적으로 폐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총이 2012년 교원 2087명, 국회의원 14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입시에서 가장 비중 있게 반영돼야 하는 것으로 수능 35.3%, 고교내신31.5%, 인성/특기적성이 28.2%로 나타난 반면 ‘논술 및 면접’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에 불과했다.
면접은 전공지식 중심보다는 인성 등 전인적 능력적성 중심 평가로 실시해야 하며 전공에 맞는 활동과 능력을 검증도 해야겠지만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인․적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가운데 면접은 전공 교수와 입학사정관의 역할 분담 및 연계를 통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교총은 밝혔다.
대입제도를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기초기본교육과 창의적 능력, 인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며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번 수능 세계지리 출제오류 판결과 관련 후속적인 대책마련을 통해 수험생들의 피해나 학교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교총은 촉구했다.
16일 서울고법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 수험생들이 낸 소송에서 오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이 문항으로 인해 대입에서 탈락한 수험생들의 불합격 취소 소송 등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교총은 60만명 이상의 수험생이 응시하는 국가시험인 수능이 출제·검토위원 등의 합숙을 통해 짧은 기간 동안 변별력과 난이도 조정, 오류 검증 등을 이뤄내기 어렵고 그간 정답의 시시비비 뿐 아니라 크고 작은 문제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입시의 변별력 확보라는 명목을 내세워 수능문제에서 고교교육과정 이수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지나친 고등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 출제 경향과 ‘불수능’과 ‘물수능’을 오가면서 각종 오류와 난이도 조정 실패를 거듭해 왔고 2008년 수능에서도 물리II 문제 오류 지적에 대해 처음에는 ‘이상 없다’고 했다가 결국 복수 정답으로 채점결과를 번복해 수험생 등급을 재산정하고 정시모집 일정이 연기 되는 등 혼란을 경험했다.
2009년에도 지구과학에서 정답 오류 논란이 재현되는 등 해마다 ‘이의 신청’이 이어져왔다.
올해 6월, 9월 모의고사에서는 국어와 영어시험은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는 ‘물수능’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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