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차기 당권 주자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논의’ 발언으로 촉발된 개헌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문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철회한 것과 관련, ‘월권’, ‘삼권분립 무시’, ‘독재’, ‘긴급조치’ 등의 단어를 써가며 박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다.
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여당 대표가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취소하고 사과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정부에서 여러 차례 고위관료들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할 일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 “대통령이 (개헌)논의를 막는 것은 월권이고 삼권을 무시하는 독재”라며 “집권당 대표까지 이런 행태를 따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김 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상하이발(發) 개헌 발언을 취소한 김 대표의 최근 행보에는 청와대 눈치 보기에 나선 ‘수직적’ 당청 관계가 근저에 깔렸다고 판단, 구도를 청와대(새누리당) 대 국민(범야권)으로 재편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과도기 상태인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을 노리는 문 의원으로선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리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필 경우 박 대통령과 ‘일 대 일’ 구도를 만드는 것은 물론 여야 혁신 경쟁에서 ‘권력 분점’을 고리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文, 朴 대통령 향해 “70년대 긴급조치 떠올라…누구도 막을 수 없다”
실제 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수직적 당청 관계를 고리로 “1970년대 긴급조치 시대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강한 발언을 이어갔다.
문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 대표이고 각자가 입법기관인 의원이 국가의 바람직한 논의를 위해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도 못하게 막을 수 없다”고 일갈한 뒤 “경제로 (개헌) 논의를 못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국민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재차 맹공을 날렸다.
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태 당시 박 대통령의 유신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고 대여공세 전선에 섰던 문 의원이 차기 당권 도전을 앞두고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특히 상하이발 개헌 정국에서 김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자신의 지지율은 상승, 차기 당권 선점의 제1 조건인 ‘범야권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차기 전당대회에선 외연 확장 전략보다는 ‘반(反)박근혜’ 결집 전략이 더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0월 셋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 지지도에서 김 대표는 지난주 대비 1.0% 포인트 하락한 반면 문 의원은 같은 기간 0.6% 포인트 상승하면서 지지율 희비 곡선이 교차됐다.
이번 주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역시 지난주와 마찬기지로 박원순 서울시장(18.1%, 지난주 대비 1.2% 포인트 하락), 김 대표(15.7%), 문 의원(13.2%)이 1∼3위를 기록했으나 2∼3위 간 지지율 격차는 2.5% 포인트로 다소 좁혀졌다.
리얼미터 측은 문 의원 지지율과 관련, △경기·인천과 광주·전라 지역 △40대 진보성향 유권자 층에서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밝혀 범야권 지지층 결집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의 일 대 일 구도를 만든 문 의원의 프레임 전략이 장기적으로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의 개헌 가이드라인으로 개헌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슈 전략의 효용도가 낮은 데다 차기 전대에 앞서 2012년 총선 직전 출범한 민주통합당 이상의 혁신안 플랜을 보여줘야 하는 문 의원 역시 개헌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 지지도 중·하위권에는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7.7%),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7.5%),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7.1%), 안희정 충남도지사(4.9%), 홍준표 경남도지사(4.9%), 남경필 경기도지사(2.6%) 등이 포함됐다.
‘모름/무응답’ 등 부동층은 17.5%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17일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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