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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연 '사랑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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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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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어주는 사람이 있다. 악인이지 선인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부자이건 빈자이건 간에 적어도 자기 것을 내려놓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누가 뭐래도 그 사람은 분명 '천사'다. 그 행위만큼은 숭고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시 노송동하면 이젠 웬만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부천사의 명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매년 연말 이맘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전주’가 ‘노송동’이 아름다운 지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 없는 천사는 해를 거듭하면서 개인적인 선행을 넘어 '사랑의 기적'을 낳고 있다. 익명의 점층법적 나눔이 무한감동을 일으키며 나눔 문화를 확대재생산 시키는 '천사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노송동 기부천사는 익명의 기부로 새천년을 연 후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새밑을 훈훈하게 덥히면서 나눔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가 14년 간에 걸쳐 15차례 기부한 성금은 모두 3억4699만7360원. 익명의 기부천사로부터 흘러넘친 사랑의 부피는 소년소녀가장, 장애우,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등 소외계층 3000여 세대에 이른다.

전북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나눔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가 처음 출현한 것은 2000년 4월 3일. 초등학교 남학생을 통해 노송동주민자치센터에 58만4000원이 담긴 돼지저금통을 전달하면서 사랑의 기적이 시작됐다. 이듬해인 2001년 12월 6일 20대 초반 여성을 통해 742만8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전달했다. 이후 2002년부터 성금기탁 시기를 세밑으로 잡고 전달 방법도 노송동주민자치센터 주변 공중전화부스와 화단, 공터 등에 마치 숨박꼭질하듯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현금 뭉치와 동전이 가득찬 돼지 저금통을 보내 오고 있다.

성금액수도 해가 지날수록 커졌다. 기탁금이 2005년 1000만원을 넘은 뒤 이후 2000만원대, 3000만원대로 불었고, 2009년엔 무려 8026만여원에 달했다. 최근 2년은 5000만원대의 성금을 기탁했다.

그가 남긴 흔적은 편지뿐이다. ‘대한민국 어머님들이 그러하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고 아끼며 모은 돈이랍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추신 :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존경합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소리 없이 찾아와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각종 언론매체에 전주의 미담으로 자주 소개되면서 전주가 훈훈한 온정의 도시로 전국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전국은 물론 도내 전역에도 이와 같은 해피바이러스가 곳곳에 확산되는 계기도 만들었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시민은 물론 국민 모두가 받들어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뜻으로 2009년에 노송동주민자치센터 옆에 기념비를 세웠다. 노송동주민자치센터 옆 도로(274m)를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로 지정하기도 했다. 전주시는 현재 천사기념비가 설치된 노송동주민자치센터 건물 옆 부지 2필지를 매입해 천사마을의 유래, 역사기록, 쉼터 등 천사마을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담아낸 ‘기부천사 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노송동 주민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은 얼굴 없는 천사를 기리기 위해 10월 4일을 '천사(1004)의 날'로 제정해 2011년부터 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에서는 현장에서 성금과 성품을 기부하는 ‘당신도 천사가 될 수 있다’, 자원봉사자가 노인들에게 이·미용 서비스를 하는 ‘천사의 섬김’, 주민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천사의 한솥밥’ 등이 진행된다. 여기서 모인 기부금품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주민들도 천사가 되는 아름다운 축제다.

전주 노송동의 기부 천사. 이를 실제로는 만날 수 없지만 연극으로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창작극회가 오는 12일부터 28일(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공연없음)까지 창작소극에서 제142회 정기공연을 기획, ‘노송동 감동 스토리-♬천사는 바이러스♬’를 무대에 올린다. ‘천사는 바이러스’ 는 얼굴 없는 천사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소통을 소재로 꾸몄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금 새겨 볼 수 있는 시선으로 그 눈높이를 맞추려하는 것. 그래서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듯 우리 이웃에 대한 사랑도 같이 마구 마구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2014년 올해도 얼굴 없는 천사가 어김없이 나타나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해주길 바라는 시민들의 소망 또한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촛물처럼 자신을 덜어 이웃의 행복을 배가시키는 사랑의 원천이야말로 '천사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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