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루블화 폭락으로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러시아에 중국이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루블화가 한 때 달러당 80루블까지 치솟는 등 가치가 폭락하고, 미국 등 서방국가의 대(對)러시아 추가제재가 시작된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전날 "중국은 힘 닿는대로 러시아를 도울 것"이라 밝혔다고 첸장완바오(錢江晩報)가 21일 보도했다.
왕 부장은 2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국제정세 변화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현 상황에서 중·러간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은 러시아가 현재 직면한 문제를 극복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믿는다"면서 "중국은 러시아가 원한다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러시아를 지원할 것"이라고 중국 측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도 "최근 중·러 양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상황에서 루블화 가치가 폭락, 중국 측이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하고 "그러나 이는 최근 서방 국가의 러시아 경제제재 등에 따라 심화된 것"이라며 러시아 측의 '과오'가 아님을 확실히했다.
아울러 "통상무역 결제에서는 위안화 비중이 높아 양국 무역 등 경제협력은 '이상 무(無)'"라며 " 올해 통상규모 1000억 달러 돌파 목표도 실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국이 에너지, 제조업 등 상호보완이 필요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점도 러시아의 경제 상황 및 국제적 '처지'가 양국 협력을 흔들 수 없는 이유로 언급됐다.
앞서 카자흐스탄을 방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글로벌 경제 회복이 더디고 각 회원국들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회원국들이 함께 협력해 이를 이겨나가야 한다"면서 러시아를 지원할 뜻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SCO는 중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설립한 정부간 협력기구다.
지난 18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 중국은 루블화 환율변동과 러시아의 대응을 눈여겨보고 있으며 러시아가 능히 이를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SCO 회원국과 함께 협력해 회원국의 경제구조 개혁, 신(新)성장동력 발굴 등을 돕고 공동의 발전과 안정을 이룰 것"이라며 SC O틀 안에서 러시아를 적극 도울 뜻을 전달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의 청이쥔(程亦軍)러시아경제실 주임은 "러시아 정부가 중국에 구조 신호를 보낸다면 중국 지도부가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면서 "중국에게 있어 러시아 지원은 중국 '강대국' 지위를 과시하고 중국이 러시아의 '동지'라는 점을 입증할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3월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 지역에 대한 미국의 무역 투자 및 금융지원을 금지하고 재무부에 크림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 대한 제재 권한을 부여하는 등 러시아 추가 제재에 나섰다. 캐나다도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 관련 제품의 판매 및 수출을 금지하는 등 경제제재에 동참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회원국 기업의 크림 투자를 금지했다.
이에 러시아는 "서방국가의 제재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캐나다는 제재가 초래할 결과를 생각해야 하며 러시아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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