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300여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기업의 해외투자실태와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해외진출기업들은 국내의 전반적인 투자환경 만족도를 100점 만점에 61.3점, 해외 투자환경은 69.1점으로 국내가 해외에 비해 다소 뒤진다고 응답했다.
인력운용 만족도는 국내공장 56.6점, 해외공장 73.5점으로 16.9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고, 판로 개척은 14.6점, 원부자재 조달은 9.8점, 제도 및 인프라는 6.0점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술이나 경영습득능력은 국내공장이 해외보다 8.5점 높았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의 지난 5년간 연평균 해외직접투자유출 증가율은 8.2%로 미국‧일본(1.2%)의 7배에 달한다”며 “자동차 생산만 봐도 한국은 해외생산이 51%로 일본(42%)보다 높고, 가전제품도 약 80%로 역시 일본(44.9%)보다 해외생산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해외시장 개척과 국내 노동단가 상승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제조업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조동철 대한상의 자문위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은 “경제가 성장하고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우리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추세지만 최근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며 “특히 인력운용, 판로 개척뿐 아니라 제도, 인프라 항목에서도 우리가 뒤처져 있다는 것은 정책당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국내와 해외의 기업경영환경 개선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내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은 70.1%, ‘해외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은 58.2%였다. 기업의 55.6%는 ‘해외와 국내 모두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제조업공동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의 82.7%는 “제조업공동화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빨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항용 대한상의 자문위원(한양대 교수)은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대체되면 국내 일자리만 뺏기는 것이 아니라 부품‧소재산업을 비롯한 전후방 산업의 발전과 협력사 일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각 경제주체가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소통하고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제를 묻는 질문에 기업 중 58.2%는 제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 확대를 꼽았으며 이어 △규제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56.2%) △노동부문 구조개선(37.1%) △FTA로 경제영토 확장(20.1%) 등을 꼽았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10년 전에는 기업이 국내에 1000달러 투자할 때 해외투자는 93달러 정도였다. 지금은 1000달러당 270달러를 해외에 투자할 정도로 경제의 도넛화가 진행 중”이라며 “제조업의 국내 투자여건을 잘 조성해 내수 위축을 막고 성장의 추진력을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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