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포·더스타휴·웰링턴·남촌CC등
국내외 70개 코스 명품으로 만들어
'머리쓰고 생각해야 하는 코스'가 컨셉
벙커 피하고 ‘3온 2퍼트’ 공략 권장
‘골프는 자신과의 게임’…룰 지켜야”
“골프코스 설계는 종합예술입니다. 골프를 알아야 하고, 토목을 알아야 합니다. 또 조경을 알아야 하고, 미학도 알아야 합니다. 요컨대 코스가 들어설 지형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있어야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골프도 잘 쳐야 하고 심미안도 있어야 합니다.”
골프코스 설계가는 이색적인 직업이다. 그렇지만 골프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과 비례해 각광받는 직업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도 몇몇 골프코스 설계가가 있다. 김명길 송호 임형채 서우현 권동영 성치환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활발한 설계가를 꼽으라면 단연 송호씨(58)다. 설계한 코스 숫자로 보나, 명성으로 보나 그렇다. 2007년 그가 설계한 제주 세인트포골프장이 오픈한 뒤로 소문을 타고 그에게 설계를 맡기는 골프장 오너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경기 성남 대왕판교로 동산마을에 있는 송호골프디자인에서 만난 그는 코스 얘기가 나오자 거침이 없었다. 때마침 발표된 ‘미국 100대 코스’ 얘기로 말문을 연다.
“코스설계가마다 자신의 설계철학에 ‘자연 친화적’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지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진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골프칠 때만이라도 자연속에 머무르고자 하는 심정은 같을 것입니다. 골프코스를 평가하는 요소로는 샷 밸류, 스코어에 대한 저항성, 기억성, 심미성, 디자인 다양성, 코스 상태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샷 밸류와 미학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것이 최근 추세입니다. 1960∼1980년대에는 피트 다이로 대표되는 사람들이 코스를 아주 어렵게 설계하는 것이 대세였으나 지금은 ‘이지 코스’를 지향합니다. 단, 골퍼들이 친대로 스코어가 나오게끔 설계합니다. 행운이 따라 스코어가 좋아지거나, 불운으로 스코어가 나빠지는 코스는 아니라는 거죠. 또 20대 여인의 뒷모습(허리·가슴·힙)에서 연상할 수 있는 선을 만들어 시각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그는 “코스를 설계하는 사람은 무조건 골프를 잘 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잘 쳐야 각 단계에 있는 골퍼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90타를 치면 그 사람은 영원히 80타의 세계를 모릅니다. 80타를 치면 70타대 골퍼의 심리를 모르고요. 설계가라면 70타대를 쳐야 80타, 90타, 100타대 골퍼들의 애환을 알지 않겠습니까. 더 나아가 이븐파를 쳐봐야 골프의 참 맛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설계가뿐 아니라, 그린키퍼나 골프기자 등 골프관련 전문 직업인이라면 다 마찬가지입니다.”
아마추어로서 ‘고수’에 속하고, 국내외 60여개의 코스 설계를 해 호평을 받는 그가 설계할 때 주안점을 두는 곳은 어디일까. 그는 “‘송호 코스’는 머리를 써야 하고 생각해야 하는 코스다”고 정의한다. 전략을 세운 후 코스에 들어서야 스코어를 잘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가 설계한 코스에서는 티잉그라운드에서부터 드라이버를 쓸 것인가, 페어웨이우드나 아이언으로 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또 그린까지 200야드를 남긴 페어웨이에서는 무작정 우드로 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컨셉도 있지요. 골프는 머리로 칠 샷을 그려보고 예측을 한 후 샷을 날려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쾌재를 부르는 맛에 골프치는 것 아닙니까.”
그는 세계 100대 코스 가운데 40곳에서 라운드를 해봤다. 오는 4월에는 추가로 30개 코스를 답사할 예정이다. 그가 본 세계 최고의 코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 있는 페블비치GL이다. 1919년 개장해 퍼블릭으로 운영되는 페블비치를 왜 첫손가락에 꼽을까. “페블비치는 시작할때 바다가 안보입니다. 그러다가 4∼10번홀에서 바다를 볼 수 있고, 또 안보이다가 17,18번홀에서 바다가 보입니다. 바다가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하는 리듬, 파가 다른 홀을 적절히 배치한 파 로테이션, 해안의 파도에서 느낄 수 있는 역동성과 미학, 다양성 등이 흠잡을데 없는 코스입니다.” 그러면서 세인트포, 킹스데일(충주), 메이플비치(강릉), 남춘천CC 등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전문 코스설계가의 영역을 프로골퍼 출신들이 ‘침범’하는 추세다. 잭 니클로스, 게리 플레이어, 닉 팔도, 아니카 소렌스탐, 타이거 우즈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코스를 설계하고 적지않은 이름값을 받는다. 송호씨는 “전문 설계가는 트렌드를 알고 중심을 잡아 설계하는 반면, 선수 출신들은 전문 설계가가 해놓은 것을 가지고 마무리 단계에서 덧칠을 하는 수준이라고 할만하다”고 꼬집는다. 메이저대회 최다승 보유자인 니클로스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의 하버타운GL을 피트 다이와 함께 설계하면서 설계의 기본을 다이한테서 배웠다고 전한다.
그는 니클로스가 설계했다고 하여 모두 니클로스의 손을 거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GC처럼 니클로스의 시그너처가 들어간 코스(설계비 250만달러)가 있고, 니클로스 부자(父子)가 함께 관여한 코스(180만달러)가 있다. 그 아래로 니클로스 아들이 설계한 코스(100만달러)가 있으며, 끝으로 ‘니클로스 디자인’에서 설계한 코스(50만달러)가 있다. 니클로스 디자인에는 니클로스가 고용한 5명의 전문설계가가 있다. 스카이72GC 오션코스같은 경우는 니클로스 디자인이 한 곳으로 니클로스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설계가의 의도를 알면 코스공략이 쉬울 성싶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코스를 잘 공략해 스코어를 향상할 수 있는 길을 물었다.
“축구·농구·배구·테니스 등은 경기장을 그라운드나 코트라고 합니다. 골프만 코스에서 경기를 합니다. 골프코스는 곧 자연입니다. 코트나 그라운드는 잘 가꿔진 인공이어서 규칙적입니다. 그러나 골프코스는 불규칙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죠. 따라서 코스 앞에서는 겸손해야 합니다. 더더욱 아마추어 골퍼들은 연습도 잘 하지 않은 상태로 일주일에 한 번정도 나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주 잘 쳤을 경우를 기준으로 ‘무모한’ 공략을 하기 때문에 실망하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마추어들은 ▲벙커를 피하고 ▲핀 대신 그린 중앙을 보고 어프로치샷을 하며 ▲롱아이언이나 페어웨이우드는 가급적 잡지 말고 ▲파4홀에서는 ‘3온 2퍼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티잉그라운드에 오르라고 말하고 싶어요. 골프코스에서는 무리한 도전을 삼가고 돌아갈 줄 아는 넉넉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대에서 ‘코스 설계학’에 대해 종일 강의했다. 그는 코스 설계 측면에서 중국시장을 밝게 본다. 한국은 이미 골프장이 포화상태이고, 오너들이 코스설계 비용을 자꾸 낮추려고만 하기 때문에 중국 진출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중국에는 800개 골프장 있다. 이미 한국 골프장 수를 넘었다. 호주가 2000개, 일본이 2400개인데 중국은 조만간 6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러면 골프장수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이어 ‘G2’가 될 것이다.”고 예측한다.
송호 골프디자인에도 골프학과 출신 직원이 있다. 그는 코스설계가가 되려는 젊은이들에게 “먼저 골프를 잘 쳐야 하고,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준비하며 토목과 조경학의 전문지식 및 미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독특한 골프관을 갖고 있다. 다른 스포츠는 타인과 겨루면서 상대를 이기려는 스포츠인 반면, 골프는 겨루는 상대가 자신이기 때문에 ‘지키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는 에티켓과 규칙·매너를 지켜야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우리 국민들이 사회적 룰을 잘 안지키잖아요. 골프에서도 ‘일파만파’ ‘첫 홀 올 보기’ ‘멀리건’이 으레 있고, 운에 맡기는 ‘뽑기’도 횡행하지 않습니까. 정직하지 않은 사회라는 얘기죠. 원칙과 룰·기본을 중시하는 일본이나 앵글로 색슨족이 선진국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송호 코스설계가는
애시당초 코스 설계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집안 내력(부친은 선생, 조부는 훈장)을 따라 학자가 되는게 꿈이었다. 대학때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공군장교로 복무한 후 대림산업을 거쳐 유신설계에 들어갔다. 3년동안 토목·도로 설계에 주력하던 그에게 군 상관이었던 김명길씨가 골프코스설계사무소(필드컨설턴트)를 차리고 스카웃을 제의해와 본격적으로 코스 설계를 했다. 필드컨설턴트에서 13년간 설계와 경영을 담당한 그는 2002년 독립, 송호골프디자인을 설립하고 코스설계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필드컨설턴트에 입사한 1990년 34세 때 골프에 입문했다. 구력 35년에 핸디캡은 6. 베스트스코어는 이븐파로 자주 기록했다. 특히 자신이 설계한 코스에 가면 좋은 스코어를 내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가 설계해 운영중인 코스는 국내에 60개, 중국 3개, 베트남에 2개가 있다. 중국에서 3개 코스를 설계중이다. 그가 설계한 코스는 다음과같다.
▲국내= 세인트포 드비치 킹스데일 더플레이어스 더스타휴 메이플비치 남촌 동천 남춘천 힐마루(창녕·포천) 진양밸리 아덴힐 이천실크밸리 서원힐스 사천 스타힐스 드림파크 웰링턴 탑블리스 홍천 아름다운 엘리시안 아시아드 센추리21(밸리·필드) 송추 비전힐스 비에이비스타 프리스틴밸리 샹그리라 코오롱강원 하이 화성상록 보라 샌드파인 보령 뉴스프링빌(몽블랑) 델피노(마운틴) 스프링베일 자운대 덕산대 골든비치 여주아시아나 우리 엘리시안강촌(리뉴얼) 곤지암(〃) 여주(〃) 미군성남(〃) 베어스베스트청라(실시설계) 알펜시아트룬(〃) 해슬리나인브릿지(〃) 블루마운틴(〃) 이스트밸리(〃) 웰리힐리(〃)
▲중국= 캐슬렉스(칭다오) 둥루레이크(난징) 해란강(옌지) 친위안(칭위안) 징화(베이징) 주해야오랑홀리데이(주하이)
▲베트남=피닉스(하노이) 송지아(하이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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