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취임한 이후 백악관에서 달라이 라마를 세 차례 회동했지만 모두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비공개 행사였다. 공개 석상에서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3000여 명이 참석한 기도회의 연설 모두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던 달라이 라마를 '성하'(聖下, his Holiness)라고 지칭하며 “좋은 벗을 특별히 환대한다”며 “달라이 라마는 말 그대로 자비를 실천하고 모든 이들이 인간의 자유와 존엄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 강력한 본보기”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에 오바마 대통령과 청중을 향해 합장하고 절한 후 손가락으로 평화의 표시를 했다.
미국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측근인 재럿을 달라이 라마와 함께 앉힌 것은 그에 대한 백악관의 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후 달라이 라마와 직접 대화하거나 접촉하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가 사흘 동안 워싱턴D.C.에 체류하는 동안 그와 별도로 단독 회동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내딧 미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과 티베트의 고유한 종교·문화·언어 전통 보전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라며 “다만, 달라이 라마와의 공식 회동에 대해서는 발표할 게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는 모두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가장 최근에 회동한 것은 지난 해 2월 백악관에서 회동한 것이다.
이날 호텔 밖에서는 1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티베트 깃발을 흔들며 티베트의 자치와 독립을 촉구했다. 길 건너편에서는 다른 50여 명이 달라이 라마의 독립운동에 반대하는 주장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달라이 라마를 국가조찬기도회에 초청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시짱(西藏, 티베트)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민족 감정에 관련된 것으로 그 어떤 국가나 정부도 시짱 문제를 핑계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 어떤 국가 지도자가 그 어떤 형식으로든 달라이와 회견하는 것에 반대한다. 중국은 미국이 시짱 문제에 대한 약속을 준수하고 양국이 '대국'(大局)에서 출발해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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