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제자 성폭력 엄벌 처해야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어렸을 때 주변 어르신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우리 어렸을 때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화장실도 가지 않으시는줄 알았다."

그만큼 예전에는 스승을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로 여겼고 남다른 존경심으로 대했다.

오죽하면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었을까.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하나'라는 이 고사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 제자나 또는 학부모가 스승에게 느끼는 감정이란 속된 것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었다.

그랬기에 스승이 드는 매는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자 내 자식을 바로잡기 위한 한 방법으로 여겼지 폭력이란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학부모가 교사의 멱살을 붙잡고 학생이 선생을 내팽개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전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수업시간에 뺏긴 휴대폰을 되돌려 달라며 학생이 교사를 교실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62세의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16살짜리 남학생은 폭행혐의로 기소됐다. 이런 일이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승을 임금, 부모와 같은 등급으로 여기던 한국에서도 이런 일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교권은 땅에 떨어졌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느라 교사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폭행보다 더 우리를 분노케 하는게 바로 제자에 대한 스승의 폭력이다.

스승이라는 상대적 상위를 악용, 자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있는 힘없는 학생을 해하는 일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물론 예전에는 이같은 일이 있어도 쉬쉬하며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성개방과 같은 환경 변화에 따른 스승들의 의식 자체가 변했다는 관측이다.

제자의 올바른 인격 형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옛날의 스승, 교사들이 이제는 단순한 지식전달의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 보니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수 밖에 없을 것 같긴 하다.

또 그런 교사가 많다 보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선생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못한게 사실이다.

스승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안도한다는 것은 올바른 길로 갈 수있도록 이끌어 주고 밀어준다는 의미일 게다.

하지만 이제는 반듯한 인격체를 만들기 위한 올바른 길을 알려주기보다는 단순히 대학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은 분위기여서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는 서울대 교수의 제자 성추행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사건은 교수가 자신의 학생을 제자로 생각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을 믿고 따라오는 제자를, 그리고 학교와 교수를 믿고 딸 자식을 보낸 학부모를 완전히 배신한 것이다.

그 교수가 어떤 생각을 갖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여제자를 농락한 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하버드대학은 교수와 학생 간의 연애와 성관계를 전면 금지토록 하는 조치를 내놨다.

사제간의 성폭행이 아닌 인간으로서 누구나 가질 수있는 감정까지도 학교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교수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해하는 것을 막으려는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의 대학 내 성폭력 근절 대책에 부응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내용으로 학칙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하버드대학측은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는 교육적인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씁쓸하지만 학교가 캠퍼스 내 성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사실이 놀랍고 부럽기만 하다.

한국의 많은 대학이 그동안 교수에 의한 성폭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건 자체를 쉬쉬하며 감추거나 교수 감싸기에 나섰던 것에 비하면 분명 미국 대학의 이러한 변화는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버드대의 라이벌인 예일대는 지난 2010년부터 교수-학생간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학내 성폭력 문제에 있어 정부 뿐만 아니라 대학측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성적을 미끼삼아, 또는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 학생을 쉽게 어떻게 할 수 있으리란 일부 못된 교수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지 않고서는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교수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성폭력 방지 교육과 함께 성폭력 교수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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