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녹십자가 일동제약 이사회에 참여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는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위한 순서라고 분석하고 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녹십자는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으로 회사 덩치를 키워운 만큼 일동제약에 대한 적대적 M&A도 언제든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녹십자, 일동제약 경영권 재위협
녹십자의 이번 행보는 2012년부터 제기된 적대적 M&A설을 재점화하고 있다. 당시 녹십자는 환인제약이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7%를 인수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1월에는 개인투자자 등이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14%를 추가 매집, 지분율을 29.36%까지 끌어올리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다. 본격적인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월 24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9.99% 지분을 가진 피델리티펀드와 손잡고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 일동제약 M&A시 업계 1위 ‘우뚝’
녹십자가 이처럼 끊임없이 일동제약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주력 사업이 겹치지 않아 상당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동제약은 유산균 영양제 '비오비타', 비타민 제품 '아로나민' 등을 통해 일반인 인지도가 높은 상황이다. 일반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도 갖추고 있다.
반면 녹십자는 독감 예방백신을 비롯한 백신이나 혈액제제 부문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의약품 판매 실적은 신통치 않다. 전체 매출 가운데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10% 미만이다.
특히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국내 1위 제약사로 올라설 수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9753억원의 매출을 달성, 현재 유한양행에 이어 업계 2위다. 연매출이 4000억원 수준인 일동제약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다.
녹십자가 그동안 지속적인 M&A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는 것도 일동제약에 대한 M&A설을 부추기고 있다.
녹십자는 2001년 상아제약 인수를 시작으로 2002년 바이오벤처인 바이오사포젠와 바이오메드랩, 2003년 경남제약을 각각 품에 안았다. 2012년 5월에는 면역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바이오벤처인 이노셀(현 녹십자셀)을 신주인수 방식으로 인수했다.
현재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 측(32.50%)과 녹십자의 지분률 차이는 3.1%포인트에 불과해 장내 매수를 통해 언제든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사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녹십자 관계자는 "주주로서의 당연한 요구일뿐 적대적 M&A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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