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개봉될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제작 KAFA FILMS)는 각종 SNS의 폐해와 관련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승에서 패배한 선수의 미니홈피에 악플을 남긴 여성의 신상 정보가 털리면서 분노한 남성들이 그녀의 집에 실제로 찾아가기 위해 근처 PC방에 모이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이 여성의 동명이인 7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가 인터넷에 떠돌았다.
‘소셜포비아’는 어느날 한 군인이 자살하면서 시작된다. 보도와 함께 일순간 인터넷을 점령, 뜨거운 감자가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키보드 워리어’ 레나(하윤경)가 악성글들을 올리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국방의 의무를 다한 남성들은, 레나의 인신공격성 망자를 욕보이는 글들에 대해 분노하고 신상을 털기 시작했다. 결국 레나의 얼굴, 실명, 나이, 출신학교, 사는 곳까지 모조리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를 공통분모로 한 BJ(Broadcasting Jockey·인터넷방송 운영자) 양게(류준열)가 레나를 직접 찾아가 징벌하자는 일명 ‘현피(현실 PK의 합성어) 원정대’를 모집하고 그 안에 경찰 공무원을 준비 중이던 용민(이주승)과, 용민의 손에 이끌려 함께하게 된 지웅(변요한)이 합류했다.
“문이 열려 있으니 이건 불법침입이 아니다”라는 양게와 현역 군인이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이후 소스라치게 놀라며 뛰쳐나왔다. 레나가 목을 매 자살했던 것.
지웅과 용민도 이를 목격하고, 지웅은 레나의 손가락이 움직인 것을 보고 재빨리 시체를 붙잡아 끌어내렸다. 용민은 적잖이 놀란 듯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레나의 얼굴만 쳐다봤다.
경찰은 조사 후 원정대에 살인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지만, 경찰 준비생이었던 지웅과 용민은 “이런 일에 연류되면 경찰되기 어렵다. 조사하면 다 나온다”라는 조사관의 말에 아연실색했다.
지웅은 발만 동동 굴리고, 용민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 수 있다”면서 “자살할 사람이 세탁기를 돌리냐”라고 말한다. 순간 현장에서 세탁기가 다 돌아간 소리를 들었던 멤버들은 나름대로 수사를 시작한다.
레나가 많은 네티즌들을 ‘키보드’로 ‘수장’시켜버린 인물이라는 점에서 원한을 살만한 일들은 무궁무진하기 때문. 집은 2층이지만 그녀가 자살한 베란다 쪽은 1층처럼 사람이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구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현피 원정대’는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이 역시 SNS를 통해 생중계된다.
이 과정에서 지웅의 신상이 네티즌들에게 공개되면서 “경찰 준비한다는 놈이 살인 현장에 가 있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악성댓글과 함께 서울 노량진 학원 사물함에는 “꺼져”라는 포스트잇이 붙게 된다. 공무원을 위해 휴대폰까지 꺼놓고 공부에 매진하던 지웅에게는 날벼락과 마찬가지였다. 멤버들은 더욱 범인 찾기에 몰두하고 레나에게 소위 ‘까임’을 당한 용의자를 만나기까지 한다.
‘소셜포비아’는 ‘사회적’이란 뜻의 소셜과 ‘공포증’을 의미하는 포비아가 결합된 단어다. 사람들 앞에서 당황하거나 바보스러워 보일 것 같은 불안을 경험한 후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정신과적 질환을 말한다.
영화는 SNS의 병폐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생각없는 댓글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익명성에 기대 막말을 하는 악플러들에게 경고한다. 당신의 글 때문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고. 당신이 던진 비수는 언젠가 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러닝타임 102분으로 15세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이하 나이는 보호자 동반 아래 관람이 가능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