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수능개선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수능출제오류개선 및 난이도안정화방안 시안 발표 공청회에서 “영문이 아닌 한국어 번역문으로 수능영어 수험 준비를 하는 비교육적인 폐해가 심각하다”며 “수능 영어 영역에서 EBS 지문 직접 연계 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이달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 개선위는 이날 EBS 영어 지문 연계 개선 방안을 세가지로 제시했지만 내부적으로 이미 대의파악과 세부정보 유형의 문항을 개선하는 방안을 확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안을 적용하게 되면 수능 영어 50문항 중 듣기 22문항을 제외하고 28문항 중에서 한글 번역본을 참조해 풀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대의파악 유형 4문항과 세부정보 유형 4문항에서 EBS 지문을 그대로 출제하는 방식을 배제하고 유사하거나 다른 내용의 지문 등으로 출제하게 된다.
EBS 연계 방안은 난이도 안정화 대책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연계율 70%가 유지되는 2017학년도 수능 이후에는 연계율 하향 방향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영어 지문 8문항 출제부터 실질적으로 연계율을 떨어뜨리면서 타과목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개선위가 내놓은 세 가지 방안은 현행방식을 유지하거나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는 문항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2안, 대의파악과 세부정보 유형의 문항에서는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는 출제를 제한하는 3안이다.
공청회에서는 대의파악과 세부정보 유형의 직접 연계 출제를 제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황규홍 동아대 교수는 “2안은 어떤 문항을 연계에서 배제할지 불투명해 심적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3안은 EBS 연계 취지를 살리며 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문항 유형에 따라 연계를 차등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바로 시행하는 것은 무리고 2017학년도 시험부터 변경해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3안을 통해 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을 통한 안정화를 꾀할수 있고 학교교육 정상화에도 이바질할 것”이라며 “2018학년도 영어 절대평가 시행으로 영어 시간에 국어, 수학 공부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인 안영근 잠실여고 교사도 "EBS 영어 교재를 지문 그대로 한글 해석본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문 줄거리(대의파악), 세부사항 유형은 해설판으로 공부해도 답이 나올 수 있어 3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3안의 적용이 심각한 부작용에 따라 당장 2016학년도부터 시행할지 2017학년도부터 적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수능 개선위가 과도한 만점자 발생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응시집단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관련 데이터 분석과 함께 교육과정에 기반해 문항 난이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기출 문항 및 응시집단 분석을 강화해 출제전략을 정교화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이는 선언적인 방안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같은 방안이 발표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반적인 수준의 안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수학B 영역 만점자가 예상보다 다수가 나오면서 자연계 상위권의 변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컸던 가운데 변별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수능 개선위가 응시생 분석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2015학년도 의대정원 증가로 성적 우수 재수성이 늘었고 이것이 과도하게 수학B 만점자가 나오는 배경이 됐다는 점을 지난해 간과했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다.
김신영 위원장은 공청회에서 “어디서 본 문항은 아무리 어려워도 체감 난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EBS 연계가 난이도 안정화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수능이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었던 다음 해에는 안정적인 출제를 위해 쉬운 수준으로 조정하면 쉬웠다고 하고 다음에는 또 어려웠다고 하는 등 난이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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