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과거 지역의 명물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서울 강남구 트롤리버스(본보 3월 20일자)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명동과 종로 일대를 찾는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며 내놓은 강북 노선 연장 구상에 서울시가 사실상 불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코엑스, 관광정보센터 등 강남의 주요 명소를 돌아다니는 트롤리버스가 하루 평균 2.5명 승객만을 태우면서 그야말로 텅텅 빈 채로 운영 중이다.
작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누적 승객은 9707명(내국인 4856명, 외국인 4851명)으로 당초 목표치의 15% 수준에 그쳤다. 하루를 통틀어 23명이 타는 게 전부다. 1회 운행 때 2.5명이 이용한 셈이다.
강남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해당 트롤리버스의 강북지역으로 노선 연장을 자체 검토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관련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자치구에서 공식 협의를 전달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탓이다.
만약 노선을 늘렸을 때 승객이 많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특히 광화문, 청계광장, 명동, 남산, 홍대, 63빌딩 등 강북 명소를 순환하는 민간업체의 클래식 전차 트롤리버스 3대가 이달 초부터 운행 중으로 의도적인 경쟁을 조장, 만일의 업무방해로까지 비춰질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에서 노선 확대가 필요하다는 구두상 요청이 있었지만 아직 타당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강남에서 트롤리버스 활성화를 위한 관광객 이동경로 분석 등 객관적 용역으로 데이터 확보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구에서 제안한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 노선 연장은 장기적으로 협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현재 결정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남구 측은 지난해 11월 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 구정감사 때 트롤리버스의 강남-강북 연계를 공공연히 알린 바 있다. 소관 상임위원장에게도 이 같은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강남구는 고민에 빠졌다. 트롤리버스 운영업체는 매년 4억원 가량 적자가 발생한다며 "장사 못해 먹겠다"면서 볼멘소리를 수시로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자치구가 혈세를 들여 협약서에 기재된 것 이외 지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관광객 외면과 서울시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얻지 못한 강남구에서 향후 트롤리버스를 어떤 방식으로 활성화시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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