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부채납 사회공헌시설…재정 갉아먹는 애물단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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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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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가 1000억원을 들여 조성한 문화예술공원 '예울마루' 야경.[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기업들이 막대한 예산으로 지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 채납한 사회공헌 시설들이 오히려 지자체 재정적자를 키우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지자체마다 시설을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각종 유지비 등을 마련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7일 전남 여수시와 광양시에 따르면 GS칼텍스재단은 지난달 초 여수시에 대규모 종합공연 시설인 '예울마루'의 기부채납을 신청했다.

GS칼텍스재단은 신청서를 통해 "당초 시유지에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리 문제와, 준공 승인 없이 시설물을 임시 사용하면서 회계 공시와 용도 변경 등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여수시에 운영권을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예울마루는 GS칼텍스가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1100억원을 들인 복합예술공간으로 망마산 자락 70만1740㎡에 전시관과 대극장·소극장·야외무대, 쉼터 등을 갖췄다. 지하 7층, 지상 1층 규모다.

이번 기부채납 신청은 여수시와 GS칼텍스가 지난 2012년 맺은 '예울마루 운영 실시협약'에 따른 것이다. 개관 후 3년간 GS칼텍스가 맡아서 운영하고, 이후 운영에 대해서는 상호 협의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

여수시가 기부채납을 받게 되면 재단 측은 예울마루 운영에서 발을 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문제는 전문적 노하우를 갖고 있는 GS칼텍스재단이 매년 3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권이 여수시로 넘어오게 되면 시가 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뚜렷한 활성화 방안과 운영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가 운영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게 뻔 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GS칼텍스 입장에서도 영업 이익 감소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준조세라고 할 수 있는 운영비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여수시는 공문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부채납을 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예산 마련 등 여러 문제로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시의회와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인근 광양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포스코는 296억원을 들여 마동 유원지에 지하 1층, 지상 9층, 연면적 1만 2895㎡의 커뮤니티센터를 지어 지난 2007년 광양시에 기부 채납했다.

이듬해인 2008년부터 광양시가 직접 운영을 했지만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커뮤니티센터 유지관리비는 연간 12억원에 달했지만 광양시가 거둬들인 임대수입과 공공요금수입은 고작 8억여원에 그쳤다. 매년 최소 1억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건물 노후화로 인한 시설 개보수 등의 투자가 예견되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인수 초기 광양시 집행부 사이에서는 매년 시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차라리 매각하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설상가상 이용객 감소로 인한 공실과 휴업도 광양시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커뮤니티센터 내 1,2층과 전망 좋은 꼭대기 층은 텅 비어있는 상태다. 예식업과 중식당을 하던 사업자가 영업부진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해서다. 현재 커뮤니티센터 내 비어있는 공간은 전체 면적의 25%인 2100여㎡에 달한다.

광양시는 지난 3월 24일부터 일주일간 시민과 시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센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조만간 전격 개보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활성화 방안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 2011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활성화 방안 아이디어 공모를 했음에도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이처럼 GS칼텍스와 포스코는 거액을 투자해 지역사회에 통 큰 선물을 했지만 정작 주는 쪽도 찜찜해하고 받는 쪽도 고마워하지 않는 곤란한 상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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