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한국 수출이 침체의 늪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엔화의 지속적인 약세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가운데 미국과 중국 경기도 부진하면서 한국의 지난달 수출액 감소가 6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한국의 5월 수출액(423억9200만달러)은 작년 같은 달보다 10.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인 것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최대치다.
국제유가 약세로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화학·석유제품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에서 품목별 동향을 보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액은 1년 전보다 각각 40.0%, 22.8%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하락해 수출제품 가격의 단가 역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국들이 ‘가격 지지’에서 ‘시장 점유율 고수’로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급락했다.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OPEC의 ‘감산 불가’ 정책이 바뀔 조짐이 없어 당분간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작은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산유국 경제가 위축돼 한국의 수출은 물론 해외 건설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양적 완화에 따른 엔저 공세도 한국 수출에 타격을 줬다.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30% 가까이 떨어졌다. 엔화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 1년간 12% 올랐다. 엔저로 자동차·철강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여건을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도 문제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다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의 1분기 GDP 증가율(7.0%)은 2009년 1분기(6.6%)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모두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는 “특히 중국 경기 둔화가 문제”라며 “한국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큰데 중국 경제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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