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한국과 중국, 메르스와 '왕양부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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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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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에는 '왕양부라오(亡羊補牢)'라는 말이 있다. 양을 잃고 나서 울타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우리나라 속담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연상케한다.

하지만 뉘앙스는 좀 다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손실을 본 후 뒤늦게 대처에 나선다, 즉 예방하지 못했음을 질책하는 의미가 담겼다면 왕양부라오는 훨씬 진취적이고 긍정적이다. 양을 잃었어도 울타리를 고쳐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면 이 역시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국은 최근 한국 사회를 공포에 빠트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대처하는 방식을 통해 '왕양부라오'의 위력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으로 700여명을 잃은 쓰라린 과거가 있는 중국은 이후 10여년간 든든한 울타리를 치고 방역체계를 마련, 메르스의 중국 대륙 확산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한국인 K씨의 메르스 확진 사실을 확인한 중국 당국은 바로 K씨를 격리 조치하고 광둥성 후이저우(慧州)인민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K씨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78명 전원을 추적, 격리 조치 후 이상징후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등 메르스가 중국 땅에 발을 들여놓을 조금의 틈도 내주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와 사뭇 대조적이다. 과거 사스 진입을 성공적으로 차단했던 한국 보건당국은 이번에 메르스 앞에서 무너졌다. 메르스 첫 확인 20여일만에 확진 환자만 무려 87명, 사망자도 6명이다.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메르스 발병국이 되면서 누리꾼들은 메르스(MERS)에서 중동의 약어 'ME(Middle East)'를 떼고 한국 약어(KO)를 붙여 '코르스'(KORS)로 불러야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거쳐간 24곳 병원명단도 실랑이 끝에 7일에야 공개됐다.  

이미 놓쳐버린 '골든타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지금 이순간 우리의 급선무는 더 큰 피해를 막고 조속히 메르스를 잡아내는 것이다. 한 발 늦었더라도 재빨리 방역체계를 정비하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메르스가 안정되면 우리도 중국처럼 '왕양부라오' 할 수 있다. 이번 메르스 습격이 그 어떤 불청객이 와도 '두렵지 않을', 완벽한 국가 방역체계 완성의 뼈아픈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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