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기업 '모럴해저드'에 우는 소액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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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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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일부 기사화가 됐고, 사안이 중대했던 만큼 회사 실명을 밝히겠습니다."

12일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자본시장조사단의 브리핑이 있었다. 증권선물위원회 회의 후 따로 브리핑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징계 조치를 내린 대상에 대해서도 통상 익명으로 발표한다.

이번처럼 이례적인 브리핑이 마련된 것은 규모가 큰 대기업집단의 내부자거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로 삼성과 한화그룹 간 '빅딜'이었다.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전·현직 임원 4명이 증선위 결정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은 매각 사실이 알려지기 전, 이를 미리 듣고 보유하고 있던 삼성테크윈 주식 약 24억원어치를 팔았다. 매각 발표 전날 삼성테크윈의 일일 거래량은 472만1965주로 연중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매각이 발표되자 삼성테크윈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졌고, 이들이 회피한 손실금액은 9억3500만원에 달했다.

매각 발표 후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삼성테크윈 소액주주들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하루아침에 주식이 반토막이 났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이번 내부자거래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당시 손실을 봤던 주주들은 또 한 번 배신감을 느꼈을 터다.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에 투자금을 날렸는데, 회사 고위 관계자들은 책임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좇았다.

최근 롯데그룹 일가의 집안 싸움으로 계열 상장사 주가가 추락하면서, 이들 상장사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도 속앓이를 했다. 삼성물산의 소액주주 역시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테크윈 임원들의 불공정거래 사실은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주주권익 보호에 소홀한 회사가 어떻게 신뢰를 받고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기업의 임원과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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