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시대, 설 자리 잃은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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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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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당국이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적극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대형 IT업체 등의 발빠른 행보와 달리 시중은행들은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일부 은행이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당국이 기존 은행의 참여를 제한하면서 핀테크시장 경쟁에서 은행권이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인터넷·모바일뱅킹의 발달로 갈수록 오프라인 영업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할 경우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을 주도해온 은행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릴 공산이 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 중인 IT업체 등과 제휴를 맺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의 1대 주주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은행들이 IT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만이 다음카카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확정했을 뿐 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시중은행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사이 IT업체들은 잇따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한데 이어 인터파크도 SK텔레콤 등 10여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KT 역시 교보생명 등과 협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모바일뱅킹 등 핀테크 시대에서는 더이상 은행이 금융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음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와 SKT, KT 등 통신사들의 경우 이미 거대 규모의 고객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IT기술과 금융시스템이 연계된 서비스 제공을 본격화할 경우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모바일뱅킹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는 5752만명으로 전분기 말보다 6.8% 증가했다. 더불어 2분기 중 스마트폰뱅킹 이용건수는 일평균 4101만건, 이용금액은 일평균 2조3930억원으로 각각 전분기 대비 2.2%, 8.3%씩 늘었다.

더욱이 은행들의 경우 핀테크시장 진입에 필수적인 IT기반 기술력에서 열세일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점포가 중심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 자칫 시장 선점을 위한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해 위기 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기존 은행산업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 뱅킹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포털이나 통신사가 자신들의 서비스와 연계한 상품을 선보이면 기존 은행들이 고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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