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한민국의 청년실업률은 10.2%다. 10명 중 1명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인데, 9명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했을까? 대기업들, 이른바 재벌기업들은 정부의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에 발 맞춰 대규모의 고용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인턴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며 대기업 직접 채용이 아닌 협력사에 일자리를 내주는 식으로 최저 임금을 받는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3개월, 혹은 5~6개월 인턴 후 정직원 채용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 또한 불안하다. 서울 거주자라면 조금 나을 수도 있지만 지방에서 올라온다면 생활비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여기에 대학 등록금까지 대출을 받았다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셈이다.
김 과장이 빠진 후 미례는 회의에 참석하기 시작하고,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러나 얼굴도 예쁘고 미국에서 유학생활까지 마친 신입 신다미(손수현)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불안에 떤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정직원의 기회가 멀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일부러 출퇴근 시간이 2시간이나 걸리는 서울 변두리에 월세가 적은 집까지 구한 미례 입장에서는 신다미의 존재 자체가 공포다.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홍원찬 감독을 만나 ‘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 감독은 실제로 모 대기업 엔터테인먼트사 인턴들을 인터뷰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홍원찬 감독도 고용불안에 휩싸인 적이 있다. 영화감독이란 직업은 기본이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장편으로 데뷔하기 전까지 홍 감독 역시 불안했다.
“저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기업처럼 상하관계가 있는 곳에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다른 식의 어려움은 있었죠. 영화 관련 전공에 영상대학원도 나왔는데 그렇다고 취직을 할 곳도 마땅치 않았으니까요. 졸업한다고 바로 작품을 할 수는 없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아침에 눈을 뜨는게 싫었을 정도였어요. 혼자 카페에 앉아 되지도 않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곤 했는데 그렇게 1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그러다 우연찮게 제가 대학 때 만들었던 작품이 영화제에 출품이 되면서 여러 감독님들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작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제가 쓴 시나리오에 이야기가 있다고요. 같이 각본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어서 그렇게 시나리오 작가부터 시작을 하게 됐죠. 그렇게 나홍찬 감독님의 ‘추격자’의 각색을 했고 이후 ‘작전’(감독 이호재)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다시 나 감독님의 ‘황해’ 그리고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도 각색했죠. 속으로는 ‘그래도 이쪽 업계에서 일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돈을 벌 수 있으니 생활은 가능했으니까요. 연출에 대한 꿈을 꾸면서 불안함은 조금 해소가 됐어요.”
홍 감독은 “일을 하려고 하지만 ‘못’했을 경우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면서 “외국처럼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게 사회가 해줘야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문제는 자살율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인턴인 미례도 피해자이지만 선임들 역시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셈이죠. 과장, 대리들은 부장한테 당하고, 부장은 더 윗선에 당하니까요. 다들 살려고 발버둥치는 인물들이죠. 선악의 구분이 분명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사도 일반 직장인과 별로 다르지 않게 그렸어요. 일만 잘한다고 모든 게 잘되는 게 아닌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래도 IMF 전 세대는 일할 마음만 있으면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투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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