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국인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군인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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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3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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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 위해 희생한 군인에게 감사하는 것이 곧 '애국심'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얼마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동영상이 있다. 한 미국 방송사의 이른바 ‘몰래 카메라’ 프로그램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영상이었다. 한 슈퍼마켓에서 군복 차림의 군인이 식료품값 계산을 하다가 돈이 모자랄 때 주위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영상에 등장하는 미국인들은 돈이 부족한 군인의 식료품 값을 기꺼이 대신 내주겠다며 나섰다. 심지어 자신도 정부의 식료품비 보조로 생활하는 노인까지 군인 대신 돈을 내겠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시청자들이 크게 감동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왜 이 군인의 돈을 대신 내주려고 했느냐고 묻자 이들은 모두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인데 당연히 우리가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국이 군인을 예우하는 사회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것이 어느정도 사람들의 마음 깊이 자리잡은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2014년 10월 미 육군 특공부대 앨버트 마를 상사는 항공기 승무원에게 자신의 군복 상의를 구겨지지 않게 옷장에 보관해 달라고 했다가 옷장은 일등석 승객 전용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 모습을 본 주변의 승객들은 일제히 승무원에게 항의를 했고 그 소리를 들은 일등석 승객들은 마를 상사에게 자신의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일등석 좌석 권유를 정중히 사양한 마를 상사가 “국가를 위해 봉사해줘서 고맙다. 옷이라도 보관하게 해달라”는 일등석 승객의 요청만 받아들이며 소란이 마무리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는 중간중간에 몇가지 고정 이벤트가 있다. 예를 들어 시구, 국가 제창, 홈팀 마스코트의 게임, 관중석 댄스 타임, 선물을 객석으로 날려주는 이벤트 등이 있고 일시적인 재밌는 이벤트도 있다.

그런데 한 이벤트의 경우 모든 미국인들이 빠지지 않고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시간이 있다. 바로 ‘미국의 영웅(American Hero)’를 소개하는 시간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매 야구경기마다 경기 중간에 군인 한명을 소개시켜 준다.

군인이 경기장에 등장하면서, 전광판을 통해 이름과 계급, 군, 근무지 등을 보여준다. 보통 전역한 군인을 소개 시켜주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모든 객석의 관중들이 일어서서 잠시동안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세계에서 군인, 특히 참전군인을 가장 예우하는 나라 미국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참전군인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현재 미국 정부는 전국에 참전군인 출신 노숙자가 약 1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때문에 가족 등 연고자가 전혀 없이 쓸쓸하게 죽어가는 참전군인 노숙자도 많다.

최근 미국에서는 베트남전 참전 후 오래 노숙자로 지내던 한 퇴역군인이 보훈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병원 관계자자 이 사람의 연고자를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는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전국에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인의 가족 역할을 자처하며 찾아와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이들이 일면식도 없는 노숙자의 장례식에 멀리서 비행기까지 타고 찾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인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곧 애국심이며, 이것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힘이라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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