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재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BIFF 빌리지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1FF) 한국영화기자협회 오픈토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부산=유대길 기자 dbeorlf123@]
다음은 일문일답.
이미 1000만명이 봤지만 ‘암살’에서 연기한 캐릭터를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극 초반 의욕 넘치는 젊은 독립운동가였지만 점점 이상해지더니 모든 대원을 배신하는 인물, 염석진을 연기했다. 배신에 많은 분이 실망하셨을 수도 있고, 입체적인 모습에 보며 즐거워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받고 입체적인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까 걱정도 많았다.
‘빅매치’로 몸을 불리고 ‘암살’을 위해 급하게 살을 뺐다. 몸매 관리 비법은
몸무게가 고등학교 1학년부터 73~74kg을 넘긴 적이 없어, 몸을 불리는 것도 빼는 것도 힘들다. 영화 ‘빅매치’ 때도 더 많이 찌우려고 했는데 운동량이 너무 많아도 몸이 안 불더라. 한다고 했는데도 78kg였다. 노인 역할 소화해야 하는 ‘암살’을 위해 근육을 빼기 시작했다.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도 못하고 하루에 방울토마토 5개, 아몬드 5알, 달걀 2개, 고추 2개씩 5세트 준비해서 그걸로 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두 달 만에 15kg을 뺐다. 사실, 중학교 3 때까지 말랐다. 태어났을 때부터 작았다고 해서 작을 소(小)자를 써서 나를 ‘소소’라고 부를 정도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체력단련반에 들어가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조금씩 하다 보니 데뷔할 때 건장한 몸을 갖게 됐다. 그 시절에는 그런 배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
‘암살’에서 20~60대 연기했다. 어느 나이를 연기하기가 편했나?
제작진이 20대 역할은 CG 작업을 해준다고 했는데 안 해주더라(웃음). 사실 20대는 노력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60대 연기를 위해 특수분장 테스트를 여러 번 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아냈다. 한번 분장을 하면 4시간 정도 걸리더라. 그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60대 모습이 좀 더 자연스럽지 않았나 싶다.
‘암살’, ‘도둑들’ 등 멀티캐스트 영화 작업 중 배우들끼리 기 싸움 없는지?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 상대 배우보다 더 돋보이려고 기 겨룸이 없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연기는 개인적 작업이 아니라 한 작품을 위한 협동이기 때문에 어느 한 명이 더 돋보이려는 느낌을 비추면 바로 호흡이 깨지고, 현장 전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그런 작업방식을 취하는 분들은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배우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이 현장에서 중재를 하기 때문에 기 싸움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배우 이정재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BIFF 빌리지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1FF) 한국영화기자협회 오픈토크'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부산=유대길 기자 dbeorlf123@]
나도 특정 배우와 세 번이나 같은 작품을 하는 것이 전지현이 처음이다. 같이 작품을 할 때마다 그의 연기에 놀란다. ‘시월애’ 때는 어린 친구가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할까 싶었고, ‘도둑들’ 때는 몸이 풀린 자연스러운 모습에 놀랐고, ‘암살’에서는 안옥윤 역할을 깊이 있게 해내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깊은 우정 덕에 한국의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으로 불린다
정우성과는 ‘태양은 없다’ 후 깊은 사이가 됐다. 정우성이 부산에서 촬영 중이라 오늘 오전에도 잠깐 들러 점심도 같이 먹었다. 우리도 다시 한번 같은 작품을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 중이다. 시나리오를 같이 고르기도 했는데 마땅치 않아 직접 써볼 요량으로 작가들을 만나 아이디어 회의까지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 마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2~3년 안에는 꼭 하고 싶다. 그래야 50~60대에 또 같이하지 않겠느냐.
최근 중국을 방문했는데, 한국팬과 차이점이 있다면?
팬들의 스타일이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중국에서 많이 알려진 배우가 아니어서 한국팬분들이 호응이 더 크게 다가온다. 중국에서 놀랐던 것은 그들이 의외로 ‘신세계’를 많이 봤다는 것이다. ‘신세계2’는 나도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다. ‘신세계’의 프리퀄 쯤 되는 ‘신세계2’에서 6년 전 연기를 해야 하는데 계속 나이만 먹어가고 있다. 감독님이 아직 시나리오 작업 중인 것 같다.
젊은 시절의 연기와 지금의 연기를 비교하자면?
어렸을 때는 방법을 모르다 보니 여러 시도를 다 해야 했다.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적용까지 해야 해 에너지를 많이 뺏겼다. 그럼에도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지 감이 생겼다. 그래도 연기라는 것이 여전히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팬들에게 실망감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갈수록 커져서, 욕심이 계속 커진다. 그러다 보니 하면 할수록 어렵다.

배우 이정재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BIFF 빌리지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1FF) 한국영화기자협회 오픈토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부산=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젊을 때 섹시하다는 말을 들으면 고개가 흔들릴 정도로 쑥스러웠다. 그게 나에게 좋은 수식어일까 고민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매우 좋다. ‘건강해 보인다’는 말로 해석을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생각, 마음가짐이 건강해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하니까 한결 편안해졌다.
연기하면서 가장 가슴이 뛰었던 장면
데뷔작인 젊은 남자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연기에 재미를 붙인 것은 ‘태양은 없다’ 부터다. 그전까지는 연기는 나에게 너무 어렵고, 앞이 깜깜하고 힘들기만 한 것이었다. 배우를 하면 남다른 삶을 살 거로 생각하지만, 굉장히 무료한 순간이 많다. 자유롭게 많은 곳을 다닐 수도 없지 않으냐.
작품 후 캐릭터에서 금방 빠져나오나?
‘암살’ 촬영을 마치고 공허했다. 염석진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는데 나라도 연민을 느껴야지만 연기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어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촬영이 끝났음에도 한 달 정도는 다른 일을 못 하겠더라. 나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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