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념관을 짓는 등 앞 다퉈 복원사업을 하는 등 '이순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으면서도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지역은 명량 대첩지인 해남 울돌목을 비롯해 전라좌수영 본영이자 거북선을 만든 곳으로 알려진 여수 진남관과 선소, 명량대첩 뒤 전력을 재정비한 목포 고하도, 고흥 발포 등 도내 곳곳에 충무공 이순신의 흔적이 남아있다.
전남도는 최근 1억5000만원을 들여 '이순신 문화자원 총조사 및 선양·활용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한데 이어 이순신과 관련 있는 거의 모든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수시는 거북선을 만든 본영 선소와 돌산 방답진 선소, 여천 선소 등 3곳을 2017년까지 10억여원을 들여 선소 공원화 사업과 거북선 체험장 조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도수군통제영과 전라좌수영 동헌 복원 사업을 시작해 2022년까지 복원을 완료하기로 했다. 국보인 진남관 보수사업도 이달에 착공해 2019년 준공될 예정이다. 세계 최초의 철갑선 전라좌수영 거북선을 실물 그대로 재현해 전시하고 있는 이순신 광장 내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순천시는 108억원을 들여 임진왜란의 대표적인 유적인 검단산성과 순천왜성, 이순신 장군을 배향한 충무사 등을 복원하고 이와 연계한 관광자원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정유재란 전적지를 사적으로 등재하기 위한 학술대회를 열고, 지난해에는 정유재란과 순천 학술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목포시는 이순신 장군이 108일간 주둔한 고하도에 역사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는 충무공 기념공원과 기념탑, 수군통제사 기념비각, 이충무공 해전전망대 등이 들어선다.
해남군은 최근 우수영 울돌목에 세워져 있는 '명량의 고뇌하는 이순신 상'을 덕수이씨 충무공차의 동의를 얻어 상표로 등록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상표 등록된 사례다. 이 동상은 명량대첩이 일어나기 전 울돌목을 바라보며 수심에 잠긴 채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던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 해남군은 스토리텔링화를 통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진도군은 진도타워 및 명량대첩 승전광장을 조성했다. 완도군은 '고금 묘당도 이충무공 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보성군은 삼도수군통제사에 다시 임명된 이후 선조에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는 장계를 올린 곳으로 알려진 열선루(列仙樓) 중건 사업에 나서고 있다.
곡성군은 '석곡 능파정 건립사업'을, 구례군은 '조선수군 재건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전남도는 지난 7월부터 위기 속에서 명량대첩을 이끈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 장군을 도와 해전을 승리로 이끈 전라도 백성의 호국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순신 리더십 캠프'를 열고 있다. 캠프는 학생, 공무원, 군인, 기업체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울돌목 일원에서 1일과 1박 2일 일정으로 운영된다.
이 같은 이순신 마케팅은 영화 '명량'과 드라마 '징비록'의 영향으로 도내 지자체들이 앞 다퉈 관광 자원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도내 각 지자체가 이 충무공과 관련된 마케팅에 예산을 엄청나게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지역 사정에 맞는 스토리텔링 개발과 차별적인 요소를 만들지 못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순천대에서 열린 '임진왜란과 호남'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도 기조강연에 나선 한 전문가는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이순신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차별성이 없다"며 "이순신의 역사와 더불어 전남도민의 다양한 행적과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발굴해 역사문화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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