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공동취재단 ·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아버지, 나 정숙이야...". 남북의 이산가족이 20일 60여년 만에 재회했다. 북한에 사는 리홍종(남·88)씨는 남한에서 온 딸 정숙(68)씨가 울먹이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그제서야 고개만 끄덕였다. 아버지 리홍정씨는 딸을 알아보지 못했다.
50년 넘게 제사를 지내온 정숙 씨는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
정숙 씨는 이날 첫 상봉 시작무렵 면회장으로 등장하는 북측 가족들 중 나이가 많은 사람을 보면 혼잣말로 "저인가"하다 "아니야"를 반복하며 자리에 앉아있지 못했다.
남측에 살고 있는 홍종씨의 동생 흥옥(80)씨가 갑자기 달려나가자 다른 가족들이 "오셨나봐, 한 번에 알아보시네"하며 뒤를 따라가기도 했다.
20일 오후 3시(북한 시간 2시30분 )부터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첫 상봉은 분단도 끊지 못한 가족의 연, 분단의 한을 털어냈다.
20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1차 상봉에는 남측 96가족, 389명과 북측 96가족 141명이 혈육의 정을 나누었다. 상봉단은 이날 저녁 남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한 차례 더 만남을 이어갔다.
상봉 둘째날인 21일에는 개별·단체 상봉, 공동중식을 하며,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작별상봉'을 갖는 등 2박3일간 모두 6차례에 걸쳐 12시간 동안 가족과 만난다.
상봉 하루 전날인 19일 남측 이산가족들은 속초에서 집결해 이날 오전 8시30분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편으로 속초 한화콘도를 출발했다.
특히 이번 상봉단은 예년에 비해 고령자가 많다. 집결일인 19일에도 2명이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상봉을 포기하기도 했다.
또 24명의 상봉자들이 ‘휠체어 상봉’을 할 만큼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한적)는 동행 의료진을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20명으로, 앰뷸런스도 지난해 3대에서 5대로 늘렸다.
이 중 고령자 두 명은 건강 악화로 구급차를 타고 상봉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북측 김형환(83)씨의 남측 여동생 김순탁 할머니(77)와 염진봉(84)씨의 여동생 염진례(83) 할머니는 건강 악화로 단체 버스가 아닌 구급차로 이동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앞서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을 포함한 취재진은 속초에서 금강산으로 이동 한 뒤 약 한 시간 만인 오전 9시30분 남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순조롭게 수속을 마쳤다.
이들은 11시 13분께 군사분계선(MDL)을 지나 북측 CIQ에 도착, 4개로 된 창구에서 북측 직원이 한명씩 우리측 방북단의 체온을 체크하며 수속 절차를 밟았다.
1시간 가량 소요된 북측 CIQ 수속 절차 과정에서는 북측이 취재 기자단의 노트북을 전수조사하기도 했다.
상봉단의 수속절차가 완료 된 후에도 북측에 의해 우리측 기자의 노트북 검사는 이어졌고 "조사 후 오후 3시까지 숙소로 가져다 주겠다"는 등 수속절차가 까다롭게 진행됐다.
이번 이산가족상봉은 지난해 2월 이후 20개월만, 박근혜 정부에서 두 번째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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