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백두산 천지 밑 농심 '백산수' 공장 가보니...중국에서 생수병 꺼내든 신춘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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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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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년 흐른 천지물 그대로 담아"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백산수로 우선 중국 생수 시장을 점령하고 세계적 브랜드인 에비앙까지 잡겠습니다."(안명식 연변농심 대표)

신라면을 앞세워 50년 동안 농심을 이끌고 온 신춘호 회장이 이번엔 중국 현지에서 생수병을 꺼내 들었다. 농심은 세계 최고 수질의 백두산 천지 물을 세계 최첨단 설비로 담은 백산수로 세계 시장까지 접수한다는 각오다.

◆ 하늘의 물을 세계 최고의 시설로 담는 공장 규모 눈길

농심은 지난 19일 중국 길림성 이도백하에 위치한 백산수 신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백산수 사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수많은 식품업체 중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회사는 10여개 남짓이지만, 생수 하나만으로 이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백산수 신공장 전경


신공장은 약 30만㎡의 부지에 공장동, 유틸리티동, 생활관 등 연면적 8만4000㎡ 규모로 건설됐다. 생산라인은 총 2개로 0.5ℓ와 2ℓ 제품을 분당 약 1650병 생산할 수 있다.

신공장 준공으로 농심의 백산수 생산량은 연간 최대 125만t으로 늘어났다. 국내 1위 제주삼다수의 연간 생산량은 70만t 내외로 추정된다.

공장 곳곳에는 세계 최고 설비가 도입됐다. 에비앙, 피지워터 등 글로벌 생수업체에 보틀링(Bottling, 물을 병에 담는 과정)
설비를 공급한 독일의 크로네스(Krones)사는 물론 세계 유수 기업의 설비로 백산수 제조 전 과정을 구축했다.

백산수 병이 포장 과정에 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농심이 물 뿐만 아니라 시설에도 신경을 쓴 것은 신 회장의 특별한 관심 때문이다.

신 회장은 "물 좋기로 소문난 백두산 천지물에 농심의 정성이 더해지면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 수 있다"며 세계 최고의 물을 세계 최고의 설비로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 내에서 인근 백하역까지 연결된 철도.


특히 공장 내에 위치한 철도가 눈길을 끌었다. 농심은 2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정부로부터 백산수 공장에서 인근 철도역인 백하역까지 1.7km 구간을 독점 확보했다. 백하역으로는 기차가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통과하고 있었다.

◆ 천지물의 비밀 담긴 '내두천'

취재진은 공장에서 3.7km 떨어진 곳에서 백산수 수원지(水源地)
인 ‘내두천(奶頭泉)'을 볼 수 있었다. 

물의 비밀이 담긴 곳인만큼 이곳은 철저한 보안으로 통제되고 있었다. 내두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문인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안명식 연변농심 대표를 포함한 단 2명의 지문만 등록됐다.

농심은 2003년부터 지리산, 울릉도 등 전국 각지 뿐만 아니라 중국, 프랑스 하와이까지 수원지를 물색하기 위해 전 세계를 헤맸다. 2006년에 이르러서야 모든 기준에 부합하는 내두천을 찾아냈다.

내두천은 해발 670m 백두산 원시림보호구역 내에 있는 330㎡ 규모의 용천(湧泉)으로, 사계절 내내 6.5∼7℃를 유지하는 희귀한 저온 천연화산암반수다. 용천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약 1m 깊이의 내두천 바닥에서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라 오는 걸 볼 수 있었다. 
20억t의 백두산 천지물이 평균 수백미터 두께의 현무암층과 부석층(용암이 잘게 부서져 쌓인 층)을 통과해 내두천에서 솟아올라 백산수로 탄생한다. 천지에서 내두천까지 41년 간 50여km의 백두산 속살을 흐르는 동안, 우리 몸에 유익한 각종 미네랄 성분이 포함된다.

내두천 물을 원액 그대로 마셔봤다. 공정 과정을 하나도 거치지 않았지만 깔끔했다. 현무암층과 부석층이 천연 정수기 역할을 한 덕분이다. 

국내 수질분석 권위자로 알려진 신호상 공주대 교수가 국내 대형할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내외 생수 17개 제품을 비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산수에 필수 미네랄인 마그네슘과 칼슘의 농도비(Mg/Ca)와 치매현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실리카(silica) 함유량이 가장 높았다.

이호현 연변농심 품질관리 팀장은 "백산수는 자연적으로 솟구쳐 오르는 내두천 물을 그대로 병 속에 담았다"며 "세계적으로도 자연용출수, 즉 자분수(自噴水, artesian water)는 피지(FIJI) 워터, VOSS 워터, 하와이언 워터 등 그 종류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내두천 앞으로 백두산에서 흘러 내리는 강물.


◆ "백산수, 중국 잡고 세계로"

농심은 2017년까지 공장에 3개 생산라인을 추가해 연간 200만t 이상을 생산, 에비앙을 넘겠다는 목표다. 에비앙의 생산능력은 일 6000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14억명 인구의 세계 최대 생수시장인 중국 장악에 사력을 다할 계획이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생수시장 규모는 약23조원으로 한국(6000억원)의 38배가 넘는다.

농심은 공장에서 나오는 백산수의 70%를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1000여개의 신라면 영업망을 활용해 초기 입점률부터 잡겠다는 구상이다.

안명식 대표는 "백산수, 농푸산췐(農夫山泉), 와하하(娃哈哈), 에비앙 등 천연광천수로 분류되는 프리미엄 제품군의 중국 내 성장률이 전체 생수시장 성장률을 앞선다"며 "이는 급격한 도시화로 수질 논란이 더해지면서 건강한 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소득수준도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농심은 동북 3성에서 백산수를 ‘지역 대표 특산물’ 브랜드로 각인시켜 2017년까지 이 곳에서만 국내 삼다수 연매출(2630억원)과 맞먹는 27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후 동부해안 대도시와 서부내륙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2025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1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박준 농심 대표이사는 “농심이 지난 50년 동안 ‘면(麵)의 역사’를 써 왔다면 앞으로는 ‘물의 신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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