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노르웨이 해양유전 시추선사인 시드릴(Seadrill)은 지난 달 말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지난 14개월간 해체된 극심해 부유식 시추리그가 세계적으로 44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20년래 해체된 극심해 시추설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다.
시드릴측의 이같은 설명은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로 설비해체를 중심으로 한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진출이다.
오진석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행하는 오프쇼어 비즈니스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해양플랜트 서비스시장 진입은 한국의 해양플랜트 산업 활성화 및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해양플랜트의 운용, 개발, 엔지니어링 등에 필요한 전문인력 및 기술력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는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단순 건조보다 막대한 부가가치를 내재한 산업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시장 조사기관인 더글라스 웨스트우드(Douglas Westwoo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세계적으로 약 9000기의 해양플랜트가 설치됐고 이에 대한 유지보수와 개조, 운영 등의 서비스시장 규모는 112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비스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해양설비 해체부문이다. 브라이언 투미(Brian Twomey)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617개의 플랫폼을 해체하는데 152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대 32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글로벌 해양플랜트 서비스시장이 주목받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업체들은 다소 미지근한 반응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해체산업에 있어 환경오염 우려 및 높은 기술장벽으로 접근이 어렵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 중 해체산업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유정봉쇄지만 기술력이 없고, 환경적인 리스크가 커 미국과 유럽 등 전문 업체가 도맡아 하는 실정”이라며 “또 대규모 부실로 인한 긴축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해체산업에 진출한다는 점 역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박광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부연구위원은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체시장 진출은 우리나라 업체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아·태 지역의 철거대상 해양플랜트는 약 600기로 해체 비용은 152억 달러가 소요되고, 향후 최대 320억 달러의 해체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라며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양플랜트 서비스시장은 초기 단계이지만, 시장 규모, 물량 및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전망이 매우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와 말레시아,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형성되는 해양플랜트 서비스시장은 해체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면서 “성공적인 진입을 위해 해양플랜트 서비스시장을 형성하는 국가별 특성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 및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일원화된 프로세스로 접근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진입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해체시장이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지만,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우선 해체비용의 상승으로 인한 광구 운영사의 투자 위축, 그리고 심해로 이동중인 설비 해체를 위한 기술력 보강, 숙련된 인력의 부재 등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런 도전과제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동남아 지역은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해체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 해체물량이 많은 데다 서구 기업에게도 낯선 시장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해양플랜트 설치사업에는 일부 기업이 진출했지만, 해체 경험은 아직까지 전무하다. 그러나 중공업은 물론 해운선사와 건설사들도 장비와 기술, 인력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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