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사장 “현명한 판결 감사”…세탁기 파손 ‘무죄’

11일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선거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한아람 기자]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장이 11일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과 관련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 1년 3개월 만의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9부(윤승은 부장판사)는 이날 “혐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와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나 현재까지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혐의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라며 조 사장, 세탁기연구소장 조모 상무, 홍보담당 전모 전무 등 총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조 사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세탁기 힌지(도어 연결부분)손괴 혐의, 업무방해 혐의 등 총 2가지다. 명예훼손 혐의도 적용됐었지만 지난 3월 삼성전자측의 요청으로 소가 취하돼 공소기각됐다.

서울지법은 세탁기 손괴혐의에 대해 인과관계와 고의성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무죄 판결 이유로는 △세탁기 손괴혐의에 대해 방문객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해당 세탁기를 만져볼 수 있었던 점, △ 해당 행위 이후 조 사장 일행이 1시간 이상 부스에 머무른 점, △ 조 사장 일행이 떠난 직후 제품 결함을 바로 발견했다는 직원의 진술과 달리 결함 발견 관련 CCTV 영상은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점 등을 거론했다.

또 재판부는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업무를 방해했을 때의 ‘사실’은 단순 주장이나 가치판단이 아닌 객관적 사실만을 뜻한다”며 “해당 보도자료를 기초로 작성된 기사는 ‘삼성의 세탁기 힌지가 취약하다’라는 단정적인 사실전달보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보여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사건 발생 이후 LG전자는 삼성 세탁기가 유독 힌지 부분이 취약하다는 등의 사실이 담긴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검찰은 LG전자가 허위사실이 담긴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며 조 사장에게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반의사 불벌죄인 명예훼손 혐의는 앞서 지난 3월 LG전자와의 합의를 본 삼성전자가 피고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처벌 불원서를 제출해 공소 기각 됐다.

조 사장은 이번 판결 내용에 대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기술개발에 더 충실히 임해 세계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세탁기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를 제기한 삼성전자측에 대한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났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2014' 행사장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3대의 문을 여러차례 고의로 눌러 힌지 부분을 부슨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조 사장은 “경쟁사 세탁기를 힘주어 누른 것은 결코 고의가 아니었다”라는 내용의 성명서와 함께 혐의를 반박하는 동영상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현장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이 같은 실험을 과거에도 진행해 온 만큼 이는 파손의 의도를 가진 행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후 심상치않은 방향으로 흐르던 삼성과 LG와의 갈등은 지난 3월 양사의 법적 분쟁 합의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4개사가 상호 진행 중인 모든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조 사장의 세탁기 파손 혐의와 관련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양사 간 합의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형사 소송의 특성상 검찰은 “고의성이 짙다”며 조 사장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조 상무와 전 전무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원과 500만원을 구형했다.